민주, ‘김건희 특검’ ‘文 수사 검사 탄핵’ 속력…국힘 ‘민생 주력’ 모드 전환
#민주 '김건희 리스크' 공략…친명·친문의 합심
"좀 참고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 소나기는 피하는 게 옳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추석인 9월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최근 부쩍 늘어난 공개 행보를 놓고 이 같이 말했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및 검찰의 사건 불기소를 둘러싼 파장이 여전한 상황 속, 여당 안에서도 영부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올 추석 밥상머리의 최대 이슈는 야권 전략대로 형성됐다는 분석이 많다. 애초부터 '의료대란'과 '김 여사 논란'이 주를 이뤘지만, 이중 무엇도 정부·여당에 유리한 사안은 없는 탓이다.
이 가운데서도 민주당 등 야권은 '김 여사 리스크'를 끈질기게 집중 공략했다. 김 여사가 서울 은평구 장애아동 지원센터 봉사로 공개 행보에 나선 9월 15일, 민주당은 조승래 수석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 않는 김건희 여사의 파렴치한 활동 재개는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논평했다.
바로 다음날 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역구인)해남·완도·진도는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 간다"며 "(주민들이)하늘을 바라보며 기후를 탓하고, 땅을 바라보며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분을 욕한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9월 15일 페이스북에 "이제부터 공무원, 기자, 교수, 교사 등의 배우자는 디올백을 받아도 된다"며 연휴 첫 인사를 전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9월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임기 후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본인의 안전한 퇴임"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명절 연휴가 지나는 대로 정부·여당을 향한 '총 공세'에 나설 태세다. 당초 추석 전 통과시키려다 미뤄진 '김건희 특검'부터 속력을 더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원래 9월 12일 특검안 통과를 밀어붙였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정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며 본회의를 일주일 미룬 바 있다. 이에 따라 본회의는 예정대로만 진행되면 오는 9월 19일 열리게 된다.
민주당은 또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을 수사하는 검사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일었던 움직임이지만, 최근에는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힘을 보탠다고 알려졌다. 두 계파가 함께 참여한 전(前) 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차원의 탄핵 소추안 발의가 논의 중이라고 한다.
#국힘, '특검 정국→민생' 화두전환 과제
국민의힘은 방어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9월 19일 본회의가 열리는 상황부터 막아야 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건 처리를 위한 의사 일정은 9월 26일로 두 당이 합의했다"며 "왜 9월 19일에 추가로 본회의 일정을 잡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잇단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항하고자 '탄핵 남용 방지 특별법' 발의도 예고했다. △탄핵소추 권한 남용 금지 명시 △직무 개시 후 6개월 내 탄핵 금지 △직무대행자 탄핵소추 제한 △보복 탄핵소추 금지 △탄핵소추 시효 3년 설정 △동일 사유로 중복 탄핵 발의 금지 △탄핵 각하 또는 기각 시 비용 부담 등이 골자다.
다만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과제는 화두 선점으로 꼽힌다. 정국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채수근 상병 관련 특검 이슈를 벗어나 '민생'과 '의정 협의체 조성' 등의 소재를 전면에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추석에도 "민생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도 부족한 마당에 야당은 또 정쟁 국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격차 해소와 민생 회복을 위해 더욱 힘차게 뛰겠다"는 논평을 냈다.
한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저마다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사안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지구당 제도 부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해졌다.
지구당은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의 지역 하부 조직이다. 1962년 출범해 지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속칭 '차떼기 사건' 원인으로 지목돼 폐지론에 휩싸였다(관련 기사 20년 만에 부활하나…'지구당 제도' 논의 급물살).
지구당 제도가 부활하면 원외 인사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선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취약 지역인 영남 등지에서 지지 기반을 확대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