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 로비 의혹으로 한미관계 악영향…일본·대만 등 세계 곳곳서 로비스트로 활동
박 씨는 이날 오후 6시 45분쯤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박 씨가 지병을 앓고 있었고, 일주일 전쯤 상태가 악화돼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1935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지타운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워싱턴 시내에 '조지타운 클럽'이라는 고급 사교장을 운영하며, 이곳을 미국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박 씨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전·현직 의원에게 선거 자금을 제공해했다는 '코리아 게이트'로 유명해졌다. 1976년 10월 24일 워싱턴포스트는 '박동선이라는 한국인이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연간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상당의 현금을 90여 명의 미국 국회의원과 공직자에게 전달하는 매수공작을 벌였다'고 1면에 대서특필했다.
이어 뉴욕타임스에서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박 씨에게 미국 내 로비활동을 지시한 정황이 미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으로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반한 여론이 들끓는 등 한·미간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특별검사팀까지 구성돼 대대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박 씨는 결국 1978년 미 사법당국의 수사를 거쳐 미 의회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미 의원들에게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박 씨로부터 돈을 받은 현직 의원 1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7명이 의회 차원에서 징계를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박 씨는 자신의 행동이 한국인으로서의 애국심과 미국에 대한 친선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한국 정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검찰은 그를 기소했으나 기각돼 박 씨는 끝내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박 씨는 이후 일본·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빈소는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박 씨의 형과 조카 등이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