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5개 계좌로 40억 매수, 모친 수량 합치면 전체의 9.3%…1·2차 작전 모두 활용 모녀 소유 계좌뿐
김건희 여사는 지난 7월 20일 ‘제3의 장소’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불러 12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이날 다뤄진 혐의는 김 여사의 디올백 명품수수 사건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이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명품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수사결과를 이원석 검찰총장에 보고했다.
이제 남은 것은 4년 넘게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계좌주 전체 91명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기소되지 않은 나머지 계좌주에 대해서도 혐의 적용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계속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이 의혹에 대해 김 여사는 본인 명의 증권계좌를 활용당했을 뿐이고, ‘전주’ 91명 중 한 명일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피고인 9명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157개, 계좌주로는 91명이 등장한다. 총 매수금액은 654억 8820만여 원, 매수 주식수는 1661만여 주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판결한 내용을 보면 통정거래·이상매매가 발견되지 않은 계좌들을 제외하면, 주가조작에 활용된 계좌의 소유주는 63명(계좌 122개)으로 줄어든다. 이들 증권계좌에서 체결된 매수금액은 총 594억 4670만여 원, 체결 매수 주식수는 1546만여 주다.
일요신문이 검찰 공소장과 1심 재판부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통정거래·이상거래가 발견되지 않아 제외된 28명 중에는 증권사 거래고객이 8명, 우리기술 부사장이었던 이 아무개 씨로부터 종목 추천을 받아 주식 매수한 우리기술 임직원이 20명(18명은 200만 원~1억 원 이하 투자)이었다.
반면 본인 명의 증권계좌에서 통정거래·이상거래가 발견된 63명 계좌주를 살펴보면 피고인(가족·직원)이 15명, 권오수 전 회장 주변인 9명, 1차 주포인 이 아무개 씨로부터 수급을 의뢰받아 매수한 계좌주 20명, 우리기술 임직원 5명, 증권사 거래고객 14명 등이다.
우리기술 임직원들의 매수금액은 총 5억 원 수준이었다. 증권사 거래고객의 경우 4명은 1억 원 미만, 5명은 5억 원 미만, 2명은 10억 원 미만이었다. 김 아무개 씨는 매수금액이 39억 원가량이지만 1심 재판에서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받았다. 오 아무개 씨 역시 매수금액은 14억여 원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판부가 봤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신한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등 5개 계좌가 등장한다. 1차 작전 선수 이 씨에게 빌려준 계좌 1개, 2차 선수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 씨에게 맡긴 계좌 2개,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 등에 권유를 받고 직접 주식을 매입한 계좌 2개였다.
5개 계좌에서 매수 체결된 총 금액은 40억 7152만여 원에 달했다. 전체 체결금액 중 6.85%의 비중이다. 매수 체결 주식수량은 125만여 주로, 전체에서 8.11% 수준이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도 권오수 전 회장 권유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입한 계좌가 2개로 기록돼 있다. 매수 체결금액 6억 3682만여 원, 체결수량 18만여 주다. 김건희 여사 모녀의 주식 매수 체결금액과 수량을 합치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92%와 9.32%까지 늘어난다.
앞서 일요신문은 김 여사가 기존에 알려진 주식 외에 DB금융투자 계좌에 53만여 주(11억 5500만 원 수준)를 더 보유하고 있던 정황을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총 매수금액은 52억 2652만여 원까지 상승한다(관련기사 [단독] 확신도 없이 ‘몰빵’을?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추가 보유 논란).
63명 계좌주 중 김건희 여사보다 높은 주식 매수 체결금액을 기록한 전주는 서 아무개 씨(77억여 원), 손 아무개 씨(75억여 원), 이승근 씨(57억여 원) 등 3명에 불과하다.
손 씨는 전주 중 유일하게 권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 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예비 추가했다(관련기사 [단독] 전주의 주가조작 방조 다툰다…도이치모터스 재판 공소장 변경 파장). 이승근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요 주주로, 검찰은 권오수 전 회장과 ‘경제적 공동체’로 보고 있다. 서 씨의 경우 2차 작전 ‘주포’ T 투자증권 센터장 김 아무개 씨의 권유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입했는데, 수사 당시에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또한 도이치모터스의 주주인 양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도 각각 33억여 원과 11억여 원을 들여 주식을 매수했다. 양 씨는 김건희 여사와 같이 권오수 전 회장의 소개로 1차 작전 선수 이 씨에게 증권계좌를 맡겼다. 양 씨는 그의 보유주식을 담보로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 그 돈으로 주가를 올리려는 권 전 회장과 이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채업자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김 씨 역시 권 전 회장 권유로 직접 주식을 매입하고, 증권계좌를 이종호 씨에 맡기기도 했다. 1심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2차 작전 시기 블랙펄인베스트 이사이자 주가조작 주포인 민 아무개 씨에게 공인인증서를 넘겨주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1심 판결을 앞두고 2022년 12월 30일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제출한 종합의견서 내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총 2년 8개월 동안 김건희 여사 14억 원, 최은순 씨 9억 원, 이승근 씨 25억 원, 김 씨 10억 원, 양 씨 11억 원 등 권오수 전 회장의 주변인들이 총 94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손 씨의 1심 무죄 선고를 김 여사 결백 근거로 거론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을 확인해보면 손 씨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정황의 정도는 달랐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전체 통정거래 102건 중 48건이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졌는데, 손 씨의 계좌는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주가조작 1차와 2차 작전에 모두 활용된 계좌는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계좌뿐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전주 91명 중 한 명’이라는 김 여사 측 입장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