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혼외자 양육권 분쟁 과정 폭행 혐의로 형사재판 받아…향후 상속·증여 관련 다툼 재발 우려
씨에스윈드는 올해 매출 3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세계 1위 풍력타워 제조기업이다. 씨에스윈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 5945억 원, 영업이익 1195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를 이미 뛰어넘은 실적이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매출 1조 5201억 원, 영업이익 1046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 씨에스윈드 시가총액은 약 3조 원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화두다. 이에 따라 풍력타워 제조기업 씨에스윈드도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을 직접 방문했다. 씨에스윈드는 미국 외에도 베트남, 중국, 포르투갈, 덴마크 등 세계 각지에 현지 법인과 생산 공장 등을 두고 있다.
김 회장 혼외자의 존재는 단순한 사생활 문제가 아닌 상장사 씨에스윈드의 '오너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김 회장은 혼외자 양육권 분쟁에서 생긴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김 회장은 혼외자 친모와 할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에서 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지만 형 선고는 미루는 것이다.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 선고가 없었던 것으로 해준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1심에선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1심 판결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형량이 줄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 혼외자의 친모 A 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2021년 4월 김 회장 집에 찾아가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김 회장은 A 씨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김 회장은 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주거 안정을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회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 폭행의 내용 및 정도, 피해자(A 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한다"며 김 회장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A 씨)가 피고인(김 회장)이 양육하고 있던 자녀를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점, 원심 판결 후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고 피고인(김 회장)이 자녀를 성실히 부양할 것을 다짐하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종합하면 원심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운데 친모(A 씨)를 폭행한 것은 죄질이 불량한 점, 피고인(김 회장)이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 친동생 B 씨도 김 회장 양육권 분쟁에 연루돼 형사재판을 받았다. B 씨는 김 회장 혼외자를 A 씨에게서 강제로 데려왔다. B 씨는 미성년자 약취 및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2023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과 A 씨 사실혼 관계는 2015년 시작됐다. 김 회장과 A 씨 사이 자녀는 2017년 태어났다. 김 회장과 A 씨가 2021년 다투면서 양육권 분쟁이 일어났다. A 씨는 김 회장을 상대로 2021년 2월 유아인도 청구 소를 제기했다. 이후 A 씨는 2021년 4월 자녀를 데리러 김 회장 집에 갔으나 저지당했다. 앞서 언급한 김 회장의 폭행 혐의가 이때 발생했다.
같은 달 김 회장과 A 씨는 합의했다. 일주일 중 4일은 A 씨, 3일은 김 회장이 자녀를 양육하기로 했다. 합의 이후 A 씨는 유아인도 청구 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김 회장 친동생 B 씨 등은 합의 다음 달인 2021년 5월 A 씨 집에 찾아가 김 회장 혼외자를 강제로 데리고 나왔다. 이후 B 씨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A 씨는 다시 자녀를 데려갔다.
김 회장과 A 씨는 양육권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A 씨는 2021년 6월 김 회장을 상대로 친권자 지정 및 변경 청구 소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2021년 7월 A 씨를 상대로 유아인도 청구 소를 냈다. 김 회장과 A 씨는 2022년 11월 합의했다. 친권은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자녀 거주지는 친모 A 씨가 정하도록 했다.
친모 A 씨도 김 회장과 분쟁 과정에서 전과가 생겼다. A 씨는 공동상해 혐의로 2022년 1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함께 2021년 2월 김 회장 거주지 앞을 찾아가 김 회장과 산책 중이던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김 회장이 재산을 자녀들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혼외자는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통해 법적 자녀로 인정받는다면 상속 권리가 생긴다.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1의 비율이다. 김 회장은 원래 자녀가 2명으로 알려졌다. 혼외자가 법적 자녀로 인정받는다면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와 3명의 자녀가 각각 33%, 22%, 22%, 22%다. 법적 자녀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최소 상속 금액으로 보장받는다.
김 회장 재산 중 상당 부분은 상장사 씨에스윈드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분쟁이 생긴다면 일반 주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씨에스윈드 창립자이자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씨에스윈드 지분 24.19%를 가졌다. 김 회장 가족의 씨에스윈드 지분율은 아들 김창헌 씨에스에너지 전무 6.4%, 딸 김승연 씨에스윈드 전무 5.51%, 아내 이명애 씨 3.57% 등이다. 김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대한민국 50대 부자 순위에서 39위에 올랐다. 당시 김 회장 재산 가치는 9억 8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로 평가됐다.
일요신문은 김 회장 입장을 듣고자 지난 8월 13일부터 씨에스윈드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씨에스윈드 홍보팀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해외 출장 중으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9월 4일 답했다. 씨에스윈드 비서실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장기 해외 출장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9월 23일 답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