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전주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아…“김 여사 관여 여부 불명확” vs “기소해 법원 판단 받아야”
당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함께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2심 판결과 김 여사가 “내가 직접 주식거래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처분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이후 처분하려 했지만…
당초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처분을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판결 이후로 미뤄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김 여사가 연관됐던 사건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확인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심 판결은 김건희 여사에게 불리한 쪽으로 났다. 정보 입수 후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김 여사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 ‘전주’ 손 아무개 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의사로 운용됐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도이치모터스 조가조작 항소심 판결문에서 시세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인정된 김 여사의 계좌(대신증권) 관련 녹취록을 판결문에 첨부하며 “사실상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의사로 운용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적시했다. 또 2010년 11월 김 여사의 계좌에서 발생한 거래를 시세조종으로 인정했다.
김 여사가 검찰 조사 당시 한 진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당시 주식 거래 주문은 자신이 직접 한 것이라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의 관여 여부가 불명확해 기소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 다양한 사실관계 속 어디에 방점 찍을까
법조계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시도가 이뤄진 종목인지 사전에 인지했는지 △주가조작 시도 속 본인의 역할을 인지했는지 등을 법리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만 듣고 들어간 거라면 주가조작 공범 및 방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진행 중이고, 김 여사의 자금이 매수세를 움직이는 통정매매에 해당하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김 아무개 씨는 선수 민 아무개 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민 씨가 “준비시킬게요”라고 답장하자 김 씨는 약 21분 뒤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김 씨의 마지막 메시지 발송 후 7초 만에 김 여사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는데, 김 여사는 거래 후 대신증권 직원에게 ‘방금 그 8만 주 다 매도했다’는 설명도 들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동시에 단순투자로만 볼 수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전주는 단순투자로만 들어갔다고 할 경우 이를 공범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기존의 시선이었는데, 이번 사건은 ‘방조’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기소를 해도 말이 되고 거꾸로 ‘메시지는 주고받았지만 주가조작을 인지했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기에’ 기소를 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케이스”라며 “검찰이 다양한 사실관계 속에 어느 부분에 더 방점을 찍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 일당이 검찰에서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알렸고, 매수와 매도 타이밍까지 알려줬다’는 진술을 해도 쉽지 않은 게 전주의 유죄 입증”이라며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해도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기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내다봤다.
#흐름 변화에 달라진 결정 시점
지난 7월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까지 이뤄지면서 검찰 내에서는 김 여사 사건 동시 처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변수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검찰의 기존 구상이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설명처럼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유사한 역할이었던 전주 손 씨가 방조로 처벌을 받았고 △2020년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일당 중 한 명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무혐의로 처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흐름이 생겼기 때문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한 것도 작지 않은 변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기에 검찰총장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어 사실상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의 판단이 중요하다.
법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도 수사지휘권 복권을 요청할 의사가 없고, 법무부 역시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판단에 맡겨놓은 상황이기에 심우정 총장의 취임 자체가 큰 변수는 아니다”라면서도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소신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는 사건이고 여러 라인을 통해 윗선들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