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량’으로 한국 극심한 기온변화 탓 고장…시스템 국산화 및 기술 제휴 검토
지난 9월 6일 출근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는 의정부 경전철 운영의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발곡역에서 전동차가 멈추며 전 구간 운행이 7시간 동안 중단되었고, 추가로 투입된 대체 열차마저 선로에서 이탈하면서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의정부시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증차해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시민 불편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4만 5000명이 넘는 의정부 경전철은 오후 2시경이 되어서야 운행이 재개됐다.
사고 일주일 후인 9월 13일에도 또 한 차례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곤제역에서 전동차가 고장 나면서 33분 동안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승객들은 다시 한 번 전동차 내부에 갇히는 불편을 겪었으며, 출근길 시민들은 또다시 출근 대란을 경험해야 했다.
이에 앞서 8월 16일과 28일에도 차량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국토부에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주)우진메트로가 운영을 맡은 2019년 이후 의정부 경전철 운행장애 사고는 총 17건으로 집계됐다.
사고가 발생한 의정부 경전철 VAL208 모델은 독일 지멘스사가 설계한 무인 경전철로, 유럽의 기후에 적합하게 설계된 차량이다. 유럽의 지하운행과 달리 의정부에서는 지상에서만 운행되기 때문에 한국의 극심한 기온 변화, 특히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이로 인해 차량의 성능 저하와 부품 마모가 가속화되어 고장 발생 빈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또한 이 모델은 후진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한 대의 전동차가 고장 나면 그 영향이 전 구간에 미친다. 또한 독일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므로 조달에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VAL208 모델이 의정부 경전철에 선정된 이유는 무인 운전 시스템의 경제 효율성, 도심내 급경사 구간을 무리 없이 운행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 고무바퀴를 사용한 소음 문제 해결, 유럽에서의 검증된 성능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의정부시는 연이은 사고에 지난 9월 30일 철도교통과, 의정부경량전철(주), (주)우진메트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의정부경전철 관리운영사인 (주)우진메트로는 장애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도에 취약한 보드와 소자 등 내부 부품을 개발하고 시스템 국산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반복되는 경전철 장애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으니 의정부경량전철(주)이 근본적인 관리 운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정부시는 같은 모델을 운행 중인 프랑스 케올리스사와 기술 제휴를 체결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의정부 경전철은 시민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이지만, 잦은 사고와 장애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정부시가 단기 대책뿐 아니라 장기적 시스템 개선 방안을 어떻게 균형 있게 추진할지 주목된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