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호 강기훈 국회 증인 채택, 김 여사와 각별한 인연 비서관 여럿 거론…대통령실 “여사 라인 어딨나” 반박
#한동훈, 김건희 겨냥 인적쇄신 요구
10월 8일 ‘뉴스버스’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며 “(이들은) 김건희 여사와 네트워킹 돼가지고 (좌지우지)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그런 애들이 (대통령실을) 쥐었다 폈다 한다”며 “수석 강승규 이런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김 전 비서관이 녹취록에서 ‘십상시’로 거론한 인물은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김성용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다. 김 전 비서관은 “(이들이) 김건희 여사하고 네트워킹이 돼 (쥐락펴락) 해”라며 “젊은 애들이 대통령 총애를 받고 있는 거지”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 대표는 10월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 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서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10월 14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언론이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건 국정 신뢰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인적 쇄신 대상은 김 여사와 친밀한 대통령실 행정관·비서관 그룹인 ‘한남동 라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동훈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0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대표가 한남동 라인을 지목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보통 한남동 하면 김 여사께서 주로 머무르시는 곳이기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을 표현할 때 한남동 라인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신지호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의 경우) 무슨 비서관이다, 행정관이다, 다 직책이 있다. 그런데 그 직책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저희들이 지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부총장은 “대표적인 사례는 총선 끝나고 대통령실 개편 문제가 나왔을 때 어느 날 새벽에 느닷없이 양정철 비서실장, 박영선 국무총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이관섭 비서실장이 근거 없는 기사고 사실상 오보라고 공지했는데, 일부 (대통령) 참모들은 ‘그건 이관섭 실장이 잘 모르고 한 이야기였다. 그 (보도) 얘기가 맞다’는 식으로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인사위원장(비서실장)이 공식적으로 부인했는데 인사, 공보 라인에 있지도 않은 일부 참모들이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0월 14일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 김대남 유언비어 같은 이야기들을 언론들이 자꾸 확대해서 쓰고 그러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공적 업무 외에는 비선으로 운영하는 그런 조직 같은 건 없다”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야기하는 그런 유언비어 같은 얘기에 언론이 휘둘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한남동 라인 면면
대통령실 입장이 나왔지만, 한남동 라인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사설에서 “십상시니, 7간신이니 구설이 끊이지 않는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의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논설위원은 “‘진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진석 실장이 아니라 여사의 영부인 이전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 아무개 비서관’이란 뒷말까지 돈다”며 “그가 ‘왕명(여사의 지시)’을 출납하면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이 움직여 비서실장이나 수석들도 모르는 가운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는 한남동 라인으로 의심되는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들의 실명이 오르내린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0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황종호 강기훈 행정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황 행정관은 대통령실 총선 공천 개입 의혹 관련, 강 행정관은 음주운전 봐주기 징계처분 의혹 관련 증인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김 여사 라인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민주당의 증인 채택이 관심을 모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증인 명단이 의결되자 반발해 퇴장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이다. 황 씨 부친은 강원도 동해에서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과 황 씨의 부친은 함께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씨 부친이 윤 대통령으로 통하는 ‘문고리’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황 행정관은 20대 대선 때 윤 대통령 수행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전 윤봉길기념관을 사전 답사했다. 이때 황 행정관이 윤 대통령을 수행했다고 한다. 대선 캠프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대외 일정 수행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행정관은 윤 대통령을 ‘삼촌’, 김건희 여사를 ‘작은 엄마’로 부를 만큼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10월 15일 시사저널TV ‘시사끝장’에서 “(윤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에서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황종호를 직접 봤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처음에는 (황 행정관이) 그냥 허드렛일이나 잡일을 하는 머슴인 줄 알았다”며 “그날도 모임이 끝나고 나를 차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줬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 교수는 “그런데 어느 순간 용산에 들어가 있더라”며 “이분이 지금 (대통령실의) 상당한 실력자로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기훈 선임행정관은 윤석열 캠프에서 윤 대통령에게 청년정책 관련 조언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여가부 폐지’ ‘장병 월급 200만 원’ 등 한 줄 메시지를 기획했고, LCK 개막전 참석 등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 때는 “한동훈 후보님, 거짓말이 들통나면 후보직 내려놓으시겠습니까”라는 원희룡 후보의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논란이 되자 취소했다.
강 선임행정관은 6월 7일 밤 서울 한남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음주단속에 걸렸다. 채혈 검사 결과 강 선임행정관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강 선임행정관을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대통령실이 내부조사를 진행했지만, 강 선임행정관은 한 달 넘게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한 뒤 직무에서 배제됐다. 대통령실은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남동 라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금융권 출신 A 비서관이 있다. 그는 김 여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서 2013~2014년 특별 도슨트로 활동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비서관 임명 당시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A 비서관 실력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반박했다.
언론인 출신 B 비서관은 2021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으로 활동했다. 조직위에는 코바나컨텐츠 전무인 김량영 교수가 있었다. 김 교수는 2022년 6월 13일 김 여사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때 지인 자격으로 동행한 인물이다. B 비서관 발탁 당시 야권은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B 비서관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서관 임명에 개인적 인연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2대 총선 직후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을 언론에 흘린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C 전 비서관과 D 비서관도 언론인 출신이다. C 전 비서관은 법조기자 시절 윤 대통령과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2021년 3월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한 핵심 참모로 꼽힌다. 김 여사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D 비서관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홍보미디어총괄본부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김대남 녹취록에서 실명이 거론된 김성용 행정관, 조지연 강명구 의원은 윤 대통령 사람들로도 알려져 있다. 김 행정관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일정팀장을 맡았다. 대선이 끝난 다음에도 당선인 일정팀장을 지내며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조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된다. 조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 메시지팀 팀장으로 기용됐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22대 총선에서는 경상북도 경산시에 단수 공천됐다.
강명구 의원은 윤석열 후보 메시지를 담당했고, 당선인 일정을 총괄했다.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으로 임명됐다. 22대 총선에서는 경북 구미을에서 경선 끝에 공천장을 받았다.
강 의원은 10월 17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용산 십상시와 한남동 라인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저는 (김 여사) 전화번호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씨가 제가 쥐락펴락했다며 저를 내시로 만들었다. 명예훼손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의원은 “무슨 라인, 비선이라는데 그분들은 다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타이틀을 갖고 공적인 일을 하고 있다”며 “그분들이 어떻게 비선이 될 수 있나. 말도 안 된다. 친분이 있으면 비선이냐”라고 반박했다.
알려지지 않은 한남동 라인 인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11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남동 라인은 1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용산에 출입하는 기자들이나 정치권 기자 중 김 여사 라인이라는 단어 모르는 기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