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두 차례 걸쳐 14만 주 이상거래 불구 검찰 설명 없어…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세 번째 발의로 응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0월 1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들과 자금이 권오수 전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에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 작전 세력과 공모했거나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파악한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는 신한투자증권·DB금융투자·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 등 총 6개다.
앞서 기소된 권 전 회장 등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를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2개(신한·DB)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1개(한화)는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검찰은 유죄로 인정된 3개 계좌에 대해서도 김 여사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권 전 회장이나 작전 선수들이 김 여사 주식계좌를 일임 받았지만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을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김 여사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관련자들 진술을 종합할 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맡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표를 만들어 계좌별로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래에셋증권 계좌다. 이 계좌는 2차 작전 ‘선수’ 이종호 씨가 대표로 있던 블랙펄인베스트가 김 여사로부터 일임 받아 관리했다. 통정매매 35회로 김 여사 명의 계좌 중 유죄 인정 거래가 가장 많았다.
검찰은 미래에셋증권 계좌의 범행 관련 거래 기간을 2010년 11월 3일에서 12월 13일까지로 봤다. 그런데 검찰이 특정한 범행 시작일보다 일주일 전 4일에 걸쳐 이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4만 주를 사들인 기록이 있다.
SBS가 지난 2022년 2월 입수한 사정당국 작성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거래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2010년 10월 28일 5만 3520주(평균 매수가 3121원), 10월 29일 9290주(3220원), 11월 1일 5만 3500주(3409원), 11월 2일 2만 4000주(3529원) 등 총 14만 주를 매수했다. 이들 거래는 통정거래로 분류되지 않아 검찰 기소장이나 법원 판결문에 표시되지 않았다.
10월 28일과 11월 1일 거래의 경우 김 여사 대신증권 계좌에서 각각 10만 주와 8만 주를 3100원과 3300원에 매도한 뒤,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더 비싼 가격(3121원, 3409원)에 다시 사들이는 거래 형태를 보였다.
대신증권 매도 거래에 대해서 재판부는 권 전 회장 일당과의 의사소통 하에 이뤄진 통정매매라고 판단했다. 검찰도 2차 작전 ‘주포’ 김 아무개 씨가 주가조작에 필요한 주식 수급을 위해 권 전 회장에게 저가에 주식 물량을 달라 요청했고, 이에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연락해 주문이 나온 것이라고 봤다.
만약 김건희 여사가 직접 주문을 한 것이라면, 권 전 회장이 향후 주가상승 전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2번이나 낮은 가격에 매도하고 더 비싼 가격에 다시 매수하는 거래를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10월 28일부터 작전 세력이 미래에셋증권 계좌 권한을 일임 받아 매매 주문을 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주식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내 주식을 저가로 넘겨받았는데, 당일 다시 본인들이 관리하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로 주식을 더 비싸게 사들이는 행태 역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김 여사가 낮은 가격에 매도하고, 더 비싼 가격에 매수한 앞서의 거래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 4일간의 거래에 대해 주문 넣은 주체나 주문형태 등을 밝히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4일간 거래에 대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주포들의 자전거래 작전에 일단 협조해, 김 여사가 보유물량을 내어줘 매도했다”며 “하지만 향후 작전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수익보전 차원에 다시 자신의 보유물량을 확보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20일 전인 2010년 10월 초만 해도 김 여사는 너무 많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물량에 부담을 갖고 서둘러 처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부터 2주 후 1·2심 재판부 모두 인정했듯 2010년 10월 21일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이 시작됐다. 그러자 김 여사는 매도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등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집하는 모습을 보였다(관련기사 [단독] 제3자 주문 없는데도? ‘주가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 주장의 허점).
따라서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김 여사의 모습은 2차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한편 검찰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야권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추진 필요성이 더 강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을 세 번째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기어코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상납했다”며 “누가 봐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깊이 개입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