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플래카드 걸기 원하는 유족 요청에 金 “그게 뭐 어렵겠나. 저는 매일 추모의 마음” 현장서 즉시 지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또 찾아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김 지사는 “포스트잇의 보고 싶다는 글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13일 유가족들을 도담소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다. 이날 현장에서 당시 참석한 유가족과 재회해 “그때 의현이 생일이었는데 이렇게 어머니를 뵈니 또 생각이 난다”라고 했다. ‘의현이’는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로 마침 지난해 도담소 오찬 때가 생일이었다.
한 유가족이 “경기도 희생자들이 많은데 추모 플래카드를 걸어주시길 조심스럽게 부탁드린다”라고 하자 김동연 지사는 “그렇게 하겠다. 그게 뭐 어렵겠느냐. 저는 매일 그런 (추모의)마음”이라면서 유가족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 뒤 즉석에서 “도청 건물 외벽에 말씀하신 추모의 글을 크게 게시하도록, 안전실장이 바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김 지사는 "도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추모할 수 있도록, 도청 외에 경기북부청사에도 걸도록 하라"는 추가 지시했다.
그러면서 “저희 경기도에게 ‘이런 거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면 정말 서슴지 말고 아무 때나 얘기해 달라. 뭐든지 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유족들이 “2주기 행사 끝나고 한번 초대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지사는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초대하겠다. 와주신다면 제가 오히려 감사하고 기쁘다”면서 역시 선뜻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작년 12월 13일 오찬을 떠올리며 “저희가 그때 많이 소외됐었는데 차가운 냉대만 받다가 그때(도담소 오찬) 굉장히 따뜻함을 느꼈다. 굉장히 대접받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위로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데, 다들 울컥울컥하셔서, 밥 한 숟가락이 이렇게 감동적일까 했다”는 말도 털어놨다.
유가족 측 김덕진 대외협력팀장은 “사실 기관장이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가져주신 분이 (김동연 지사가) 처음이어서 기억에도 많이 남으시고 굉장히 큰 위로를 받으셨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지사는 유가족에게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여기(이태원 참사)에 정치가 어디 있느냐. 대통령이나 여당에 있는 정치지도자들도 같이 마음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하는 것, 그런 것이 정치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지사는 “제가 정치를 시작한 게 지금 3년 남짓이니 아직도 ‘정치 초짜’인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따지고 할 게 아니라 마음으로 (아픔에) 공감해줘야 한다. 그런 게 정치일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정민 위원장이 “사실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하자 김 지사는 “정말 정치인 중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 얼토당토 않은 얘기들이 2차 가해"라고 지적하며 “추모의 마음은 가장 기본이고, ‘별이 된 아이들’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이렇게 바뀌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