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들’처럼 아낀 신현준·탁재훈 눈물 “고인의 연기 사랑·열정 기억해 달라”
10월 25일 연예계에 따르면 김수미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F&B 이사가 가장 먼저 발견해 119에 신고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그가 밝힌 고인의 사인은 고혈당 쇼크였다.
정 이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저희 어머니이시면서 오랜 시간 국민 여러분들께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님께서 오늘 오전 7시 30분 고혈당 쇼크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라며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에서 연극 '친정 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주시기 바라며, 저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대중들 못지않게 연예계 관계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졌다. 1978년 MBC 드라마 '행복을 팝니다'에 김수미와 함께 출연한 뒤 40년 넘게 우정을 다져온 배우 김영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믿을 수가 없어서 유튜브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너무 큰 충격"이라며 "20일 전쯤 통화할 땐 건강이 괜찮다고 했다. 내가 한 번 가볼까 물었더니 '다 나았어, 괜찮아' 하기에 나중에 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강부자도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일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망연자실해서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양아들이나 다름 없었던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과 배우 신현준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탁재훈은 "촬영 때문에 이제 막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가 뉴스를 봤다. 갑자기 이렇게 되실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해 너무 당혹스럽다. 빈소도 가보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나"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신현준은 이날 오전 김수미의 별세 비보를 듣고 차마 말도 잇지 못할 만큼 오열한 것으로 전해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도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생전 김수미가 특별히 아꼈던 신현준을 비롯해 방송인 유재석, 배우 최지우, 염정아, 조인성, 최명길과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췄던 일용이 역의 배우 박은수가 먼저 빈소를 찾아 남은 가족을 위로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문체부를 통해 별도 메시지를 내고 고인을 기렸다. 유 장관은 "그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셨다. 화려한 배우라기 보다는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그 슬픔이 더 크다.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이라고 전했다. 유 장관은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용식 역으로 고인과 함께 한 바 있다.
고 김수미는 앞서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활동을 잠시 중단한 뒤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연극 공연과 예능 출연 등 과다한 스케줄과 더불어 그의 사업 관련 소송 등 문제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4개월 만인 9월 한 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방송 활동 재개를 알렸지만 이 당시 그의 모습을 두고 건강이상설이 다시 급부상하면서 대중들의 우려가 지속됐다. 김수미는 이에 대해 "임플란트를 해서 말이 어눌했던 것이고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한 달 여 만에 안타까운 별세 소식으로 이어졌다.
고인은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980년 그의 명실상부 대표작으로 꼽히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어머니) 역으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국민엄마'라는 애정어린 별칭을 얻었다. 당시 서른 살을 갓 넘긴 젊은 여성 배우가 억척스러운 할머니 역을 맡는다는 파격 설정으로 주목받았던 김수미는 이 작품과 MBC 주말연속극 '남자의 계절'(1985~1986)에서 보여준 열연 끝에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크린에서도 주조연을 떠나 '신 스틸러'로서의 종횡무진을 이어나갔다. 영화 '마파도' (2005), '맨발의 기봉이'(2006), '가문의 영광 시리즈'(2005~2023),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헬머니'(2014) 등 코미디부터 드라마, 로맨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 온 김수미는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감칠맛 나는 욕 연기와 자연스러운 애드리브 연기로 후배 배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뚜렷한 존재감을 쌓아 올렸다.
무대 위의 활약으로는 뮤지컬 '친정엄마'를 꼽을 수 있다. 고 김수미는 이 작품에 14년 간 꾸준히 출연할 정도로 큰 애정을 보이며 "'친정엄마'는 '전원일기'와 더불어 내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최근 김수미 등 주요 출연자들과 제작 스태프들이 임금을 받지 못해 논란이 일었고, 고인은 이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특6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월 27일 오전 11시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