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트렌드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영양제 부문 타깃 예상…CJ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어”
#펫푸드 한번 실패했었는데…
CJ제일제당이 10월 24일 신규 상표권 ‘액티파우’를 출원했다. 상품분류는 05류 31류로, 05류는 동물 사료용 영양보충제·애완동물용 건강기능식품·동물용 비타민 및 미네랄 보충제 등이고 31류는 애완동물용 간식·분유·음료 등이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펫푸드 사업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3년에도 ‘오프레시(O'FRESH)’ 브랜드를 출시해 반려동물 사료 제품을 판매했다. 2014년에는 프리미엄 반려동물사료 브랜드 ‘오네이처(O'NATURE)’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해외 수입브랜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적 부진을 거듭하면서 2020년 펫푸드 산업에서 물러났다.
펫푸드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인구는 줄어도 반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CJ제일제당이 재진입을 검토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식음료 부문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는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반려동물 시장은 전망이 밝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고 1인 가구도 늘고 있는데 노인 분들과 1인 가구 분들 모두 동물을 반려로 많이 맞아들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출원한 상표권을 고려하면 단순 반려동물 사료보다는 영양제 부문을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시장의 최신 트렌드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펫 휴머니제이션’에 이른 만큼 주식 개념의 사료 외에도 영양제 등 펫푸드 제품이 다양화·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펫푸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요새는 건강할 때부터 미리 반려동물에게 영양제를 챙겨 먹이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람이 좀만 더 케어해주면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펫푸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며 “관절이나 눈, 치아, 장 건강 관련 영양제 등 거의 사람처럼 전문적이고 세밀한 건강 기능 식품들이 나오면서 고급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국내 소비만 해도 가격을 따지지 않는 추세다. 나는 조금 못 먹더라도 내가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새로운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굉장히 강하게 조성되고 있다”며 “숫자만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박리다매, 보급형 사료가 아니라 비싸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고급 사료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상표권은 선점 차원에서 출원해둔 것이고 아직 정해지거나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전망, 해외 진출도 가능할까?
국내 반려동물 양육 규모와 산업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2012년 반려동물 양육가구수는 364만 가구였으나 2017년 593만 가구, 2022년에는 602만 가구로 늘었다. 반려동물 양육 개체수도 2012년 556만 마리에서 2022년에는 799만 마리로 44%가량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비양육자의 20.4%가 향후 반려동물을 기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인 사료, 진료, 장묘, 용품, 보험 분야 역시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시장 규모는 세계시장 3720억 달러(약 515조 원) 대비 1.6%수준인 62억 달러(약 9조 원)로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연 평균 7.6%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경 센터장은 “글로벌과 비교하면 작지만 급성장 중인 시장이다. 다른 경제지표 성장률에 비하면 반려동물 유관산업 성장률이 월등히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산업을 장려하겠다며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를 4대 주력산업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글로벌 전략산업화를 비전으로 2027년까지 국내 시장규모를 15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펫푸드 수출액도 5억 달러(약 7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 법률안을 마련해 수출 활성화, 투자 지원 등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식품 업체들도 잇달아 펫푸드 산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해 닥터뉴토·헤일리클럽 등을 론칭한 대상홀딩스는 올해 대상펫라이프 공식몰인 대상펫몰을 열어 온라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농심은 올해 신성장 사업으로 펫푸드 시장을 낙점하고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에 나섰다. 풀무원은 2022년 초 반려동물 먹거리 사업을 영위하는 풀무원아미오를 풀무원식품으로 편입했고 hy(옛 한국야쿠르트)도 2020년 펫 전문 브랜드 ‘잇츠온 펫츠 펫쿠르트’를 론칭하며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최근 식품 기업들의 펫푸드 산업 진출은 수출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지금 아시아가 전체적으로 반려동물 붐이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판로를 만들어두는 것까지 감안하고 산업에 진출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대기업에서 좋은 브랜드 만들어주면 해외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다. 그동안 수요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뿐이지 앞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