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보수로 하락한 자사주 매입해 지분 늘려…콜마비앤에이치 “공정한 급여로 책임경영 실천”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사장이 지난 9월 자사주를 장내 매수 방식을 통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윤여원 사장은 근로소득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5190주를 매입했다. 그의 지분율은 0.02%포인트 늘어 7.72%가 됐다.
이와 관련, 윤 사장의 지분매입 재원인 근로소득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여원 사장은 콜마비앤에이치에서 지난 상반기 9억 77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다른 이사보다 현저히 많은 액수다. 콜마비앤에이치에는 윤여원 사장을 포함해 4명의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제외)가 있는데 이들이 받은 보수 총액은 11억 8100만 원이다. 윤 사장의 보수를 빼면 다른 이사 3명의 보수가 2억 원이 조금 넘는다. 이를 계산하면 윤 사장이 다른 3명의 이사 보수 총액보다 무려 4배가 넘는 보수를 받은 셈이다.
윤여원 사장의 보수는 한국콜마그룹 내 최고 수준이다. 아버지 윤동한 회장이 한국콜마홀딩스에서 받는 보수는 9억 8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오빠 윤상현 부회장은 10억 5473만 원으로 그룹 내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특히 고정비 성격인 급여를 기준으로 하면 윤여원 사장(9억 4600만 원)은 아버지인 윤동한 회장(7억 1430만 원)과 오빠 윤상현 부회장(7억 8803만 원)보다 많이 받았다.
특히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이 콜마홀딩스보다 못해 윤여원 사장의 급여는 더 눈에 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와 영업이익은 각각 3261억 원, 17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73억 원이다. 콜마홀딩스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각각 3565억 원, 230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92억 원이다. 콜마홀딩스가 매출 1조 원 규모의 한국콜마의 실적을 연결실적으로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콜마비앤에이치 실적을 웃돌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콜마비앤에이치가 개인회사도 아니고 외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운영되는 상장사인데 지배주주 일가인 윤여원 사장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그룹의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윤동한 회장의 묵인 없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윤여원 사장은 콜마비앤에이치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드러난 바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콜마그룹 계열사 에치앤지가 윤여원 사장의 개인회사 케이비랩에 2018년 9월 전후부터 2020년 5월까지 자사 인력을 매년 최대 14명 무상으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는 윤여원 사장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에치앤지가 케이티랩에 지원한 인력 파견 비용은 6억 1922만 원이다. 에치앤지가 콜마비앤에이치의 100% 자회사여서 에치앤지의 피해는 고스란히 콜마비앤에이치에 전가됐다.
경영인으로서 윤여원 사장의 성과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콜마비앤에이치 주가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20년 7만 2900원으로 최고가를 달성한 이후 지난 6일 종가 기준 1만 3910원으로 주가가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윤여원 사장이 콜마비앤에이치를 승계할 것으로 보여 과도하다는 말이 나오는 급여로, 주가가 최고가 대비 5분의 1로 떨어진 주식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나올 수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윤여원 대표의 보수는 회사의 임원 근무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책정됐다"며 "경영자로서 보여주신 리더십, 윤리 경영 그리고 전문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다"며 "회사의 미래와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경영 실천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에치엔지와 관련해 "주주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는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되기 이전에 발생한 건으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절차와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