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 투자 계획했지만 실수요 10만톤 그쳐…전문가들,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써야’
특히, 부족한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광양에 소재한 SK이노베이션 E&S 소유의 LNG복합 발전소를 보령으로 이전하려는 계획마저 드러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계획은 기존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 계획을 통해 앞서 알려진 바도 없는 사안이다.
한국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2조 1000억 원 규모다. 양사는 11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낙찰 이후 내년 3월 플랜트 착공에 들어가 2028년부터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블루수소는 생산에 화석연료를 이용하지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생산한 수소로 정부 등에선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실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는 미미하단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예상되는 수요의 대부분은 가스발전 혼소용이다. 2026년 완공 예정인 보령 신복합발전소에 2.5만 톤, 보령으로 이전 예정인 광양복합발전소에 7.5만 톤이 배정됐다. 그러나 이러한 혼소방식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기업의 RE100 인증에도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보령 이전 계획은 이번에 처음 드러난 사안으로,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중부발전은 과거에도 수명이 끝나가는 보령 1~3호기 가스복합발전의 수명 연장과 수소 혼소 발전을 시도하려다 언론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자료에서는 기존 계획이 사라지고 대신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이전 및 수소 혼소 계획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선숙 기후위기에너지전환보령행동 대표는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루수소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노후 가스발전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블루수소나 혼소 같은 거짓 명분으로 화석연료 연장을 시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과 운영, 가스발전 혼소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차라리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공기업인 중부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지 않고, 지금처럼 가스 의존을 고착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공기업부터 책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 팀장은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시간이 부족한 SK이노베이션 E&S가 처치 곤란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생산 LNG·블루수소 수요처 확보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합병과 함께 제시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