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증만 내고 교육청 등록 안 한 채 고액 챙기는 곳 많아…“교육청 단속 나오면 숨바꼭질”
정 씨는 “같은 학교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 탄 입시컨설팅 업체나 유튜브로 인지도를 쌓은 업체, 지역 맘카페에서 추천하는 업체를 위주로 알아보고는 있지만 자격 있는 선생님인지 학부모들은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오죽하면 자녀가 가고자 하는 학교‧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개인 SNS로 직접 연락해 생활기록부를 어떻게 꾸렸고, 어떤 스펙을 쌓았는지 돈을 주고 물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의대증원에 역대급 N수생 숫자, 무전공 선발 인원 확대까지 겹치면서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럴수록 입시 전문가라 불리는 ‘입시 컨설턴트’를 찾게 되지만, 업계에서는 “정식으로 교육청에 등록하고 입시컨설팅 학원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 만큼 미등록, 불법 고액 컨설팅 업체가 넘쳐난다”는 증언이 나온다.
‘일요신문i’는 지난 9일 밤 한 전문가 매칭 서비스 플랫폼에 ‘입시 컨설팅’ 견적을 요청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견적 요청을 올린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소위 ‘입시 컨설턴트’라고 소개하는 업체와 개인 10군데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저마다 ‘수시‧정시‧면접 컨설팅 100% 합격’, ‘전 대치동 강사 출신’ ‘서울대 출신 컨설턴트 구성’ 등의 스펙을 내세웠다. 컨설팅 비용은 전 과목 컨설팅에 월 22만 원을 받는다는 업체부터, 한 시간에 35만 원이라는 업체까지 다양했다.
이들 입시컨설팅 업체 중에는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과 교육지원청에서 정한 교습비 조정 기준의 상한선을 어기고 고액의 교습비를 받는 곳들이 많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학원을 설립‧운영하려는 자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설립자의 인적사항, 교습과정, 강사명단, 교습비 등을 학원설립‧운영등록신청서에 기재해 교육감에게 등록해야 한다. 교습소도 제14조에 따라 교육감에게 신고해야 한다. 단, 성인만 대상으로 하거나 9명 이하를 가르치는 교습소라면 등록 없이도 운영 가능하다. 규정을 어겼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학원법 제22조)에 처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시도별 입시컨설팅 학원 특별점검에 따른 적발 및 처분현황’을 교육부에서 받은 결과 1차 점검(2023년 12월 12일~2024년 5월 8일) 때 전국에서 338건의 학원이 무등록 등 불법 운영으로 적발됐다. 2차 점검(6월 1일~8월 14일) 때는 총 121건의 학원이 적발됐다. 지역별로 보면 1차 기준, 경기가 93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88건 △인천 52건 △대구 33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입시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만 내고 학원 등록은 안 한 채 운영하는 입시 컨설팅 업체들이 많다. 공유 오피스 같은 곳에 주소를 두고 꼼수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며 “오히려 정식으로 교육청 등록한 (입시) 컨설팅 학원은 정기적으로 교육청 관계자들이 나와서 등록된 강사 숫자와 명단, 수강생 숫자, 학원비 등이 규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는데, 무등록 업체는 법망을 피해 운영하며 고액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를 관할하는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2022년부터 ‘학원 등 교습비 조정기준’을 마련해 이를 넘어서면 학원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입시 컨설팅에 해당하는 진학상담‧지도 학원은 1시간에 5000원 이상 교습비를 받을 수 없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준을 벗어나면 학원 등록이 불가능하고, 학원 등록 이후에 초과 징수한 사실이 적발됐을 때는 벌점을 받는다. 벌점이 누적되면 교습 정지나 등록 말소 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학원을 교육청에 등록할 때는 상한선에 맞게 교습비를 책정해놓고, 학부모들에게는 더 비싼 가격의 교습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한선에 맞춰 교습비를 받는 대신 자료비나 초과 시간 비용을 붙여 받아가는 곳들도 있다.
교육부는 ‘학원법’ 및 관계법령에 따라 교육청과 협조해 학원의 교습비 과다 징수, 거짓 과대광고, 무등록 입시컨설팅 등 불법사교육 유발 행위에 대해 주기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2021년에는 총 24만 1203개소를 점검해 위법행위 9077건을 적발‧조치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입시컨설팅을 운영하는 곳들은 시도교육청이 고발 등 조치를 통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앞의 입시업계 관계자는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민원을 접수해 무등록 입시컨설팅 학원을 급습해도 학원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 사법처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교육청이랑 숨바꼭질을 하는 무등록 학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부모들은 입시 컨설팅 업체를 선택할 때 기본적으로 교육청에 등록을 하고 학원비 상한선 규정에 맞게끔 운영되는 곳인지 살펴봐야 한다. 상담할 때 어떤 자료를 활용하는지, 상담 후 어떤 리포트를 제공해주는지 등도 살펴보면 자격을 갖춘 곳인지 알 수 있다”며 “컨설턴트가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며 검증된 업체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