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출신 여성 고용 외국인 노동자 대상 장사하는 사례 소도시까지 확산…마약 불법 유통되다 적발도
2024년 3월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수도권 일대 유흥업소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실시해 러시아인 등 다국적 접대여성 39명을 적발했다. 2023년 12월 불법취업 알선 브로커를 구속해 관련 수사를 진행한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해당 브로커에게 외국인 접대여성을 공급받은 수도권 유흥업소 3곳을 파악해 동시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적발된 39명의 다국적 접대여성들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위장 입국한 이들을 비롯해 유학생과 아이돌 연습생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연히 유흥업소 3곳은 불법 운영을 해왔다. 단속을 우려해 업소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빈틈없이 감시 체계를 유지해 왔다. 또한 유흥업소 바로 옆 상가에 사무실을 임대해 밀실로 만든 뒤 외국인 접대여성 대기실로 사용했다.
적발된 외국인 접대여성 가운데 아이돌 연습생도 포함돼 있었는데 아예 연예기획사를 만들어 외국인 접대여성을 모집한 사례도 많다. 2023년 9월 법무부 안산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불법취업 알선 브로커와 유흥업소 업주 등 4명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구속 송치하고 연예기획사 대표 등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또한 접대여성으로 일하던 외국인 여성 46명도 적발해 강제 출국 조치했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러시아, 태국 등에서 외국인 여성을 국내로 데려오면 브로커가 이들을 유흥업소에 알선해주는 방식이었다. 연예기획사가 필요한 이유는 외국인 여성들을 국내로 입국시키는 과정에서 모델, 가수 연습생 등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려는 것처럼 꾸며 허위로 엔터테인먼트 고용 계약서와 이력서를 작성하면 E-6-1(예술·연예)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C-4(단기취업) 사증을 발급 받아 입국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아무래도 E-6-1 비자를 더 선호한다. 국내 유흥업소에 외국인 접대여성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다. 그즈음인 2002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는 그해 6월까지 ‘E-6’ 비자로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이 총 4735명인데 이 가운데 4234명이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관광유흥업소, 관광호텔, 미군영내클럽 등에 취업한 이들이었다. ‘E-6’ 비자 가운데 E-6-2(호텔·유흥) 비자는 호텔이나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을 하는 이들, 예를 들어 연주자와 마술사 등에게 발급됐다. 그런데 그렇게 국내로 취업한 뒤 불법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백인 여성들 위주였다. 앞서의 2002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E-6’ 비자로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4735명의 국적을 보면 러시아가 182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1471명, 우즈베키스탄 643명, 키르키스탄 146명, 중국 126명, 우크라이나 113명, 벨라루스 54명, 불가리아 44명, 몽골 38명, 미국 35명, 카자흐스탄 32명, 루마니아 24명, 브라질 21명 등이었다.
최근에는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더 많다. 수도권에 지방 소도시에서 불법 운영하는 업소들에 주로 불법 고용되는데 내국인 대상이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유흥업소 위주다.
경기도 안산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안산을 비롯해 수도권에는 여전히 외국인 여성들이 나오는 불법 유흥업소들이 꽤 있다”라며 “그렇지만 요즘에는 외국인 접대여성을 찾는 내국인 손님들이 많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하는 노래방이나 노래주점 등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외국인 접대여성이 나오는 유흥업소가 거의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에는 흔치 않은 외국인 접대여성이 나오는 유흥업소를 찾았다가 괜한 싸움에 휘말렸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거래처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갖다가 2차로 노래방을 가게 됐다고 한다. 접대여성이 나오는 노래방이라고만 들었는데 1차 술자리가 끝나고 나오자 승합차가 A 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을 태운 승합차는 번화가를 지나 다소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노래방에 도착했다.
이처럼 승합차 등으로 손님을 태워가는 방식은 윤락업계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지금은 불법 안마시술소 거리가 통째로 사라졌지만 한때 장안동에는 이런 불법 유흥업소가 많았다. 경찰 단속으로 업소들이 대거 문을 닫은 뒤 한동안 인근 주택가로 숨어 들어가 비밀리에 불법 영업을 하던 업소들도 있었다. 당시 이런 업소들은 손님이 전화하면 만날 위치를 정한 뒤 승합차로 태워가는 방식을 취했었다.
그렇게 A 씨 일행이 도착한 노래방에는 백인 여성 3명이 들어왔는데 술자리가 한창 이어지는 상황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술자리를 시작할 때부터 접대여성 두 명이 계속 신경전을 벌이더니 결국은 말싸움을 시작한 것. 상황이 격해져 서로 따귀를 때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심지어 싸움을 말리는 손님과도 시비가 붙었다.
결국 싸우던 접대여성들이 나가고 업주가 들어와 사과했는데 그들의 싸움은 처음은 아니었다고 한다. 백인인 두 여성의 국적이 한 명은 러시아이고 또 한 명은 우크라이나였다고 한다. 이들이 러시아어로 보이는 외국어로 싸워 손님들은 정확한 다툼의 이유를 몰랐는데 업주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두고 서로 상대방 국가 때문이라며 말다툼을 벌인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싸움이 발생해 가급적 두 여성을 같은 룸에 넣지 않았는데 이날은 손님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같은 룸에 넣으며 제발 싸우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다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글로벌 사회라지만 대한민국 유흥업계의 끝자락 불법의 영역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스며들었다. 특히 국내 불법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백인 외국인 접대여성 가운데에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들이 많아 이처럼 러시아 여성과 우크라이나 여성이 한 업소에서 일하는 사례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