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여 투쟁’ 강화, 국힘 ‘국정 반전’ 계기…쇄신안 마련도 관건
국민의힘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등 상황을 누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주당이 '정권 탄핵' 등을 기치로 결집력을 높일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 속, 야권의 극단적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고민거리다. 결국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단일대오 굳히기'를 과제로 마주한 셈이다.
#광장 향한 민주당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20대 대선 국면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 '국토교통부 압박 때문에 백현동 용도변경을 했다' 등의 발언을 하다 허위사실 공표를 이유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는 지난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초대형 악재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집행유예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향후 10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또 공직선거법 사건은 2심과 3심 판결이 앞선 재판 선고 후 3개월 안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가 앞으로 6개월 안에 의원직을 잃게 돼 다음 대선 출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단 의미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하루 뒤인 11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단에 올라 "이 나라 주인이 윤석열, 김건희 '명태'(명태균)으로 바뀐 듯하다"며 "이재명도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여공세 채비로 분주하다. 이날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대책 논의도 했다. 현 정부 규탄 투쟁을 강화하는 데에는 뜻을 모았고, 구체적 방법론 등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당원들 분노감도 매우 큰 분위기"라며 "당이 단단히 뭉쳐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 1심 재판 결과를 '정치 판결'로 규정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정치 판결로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월 13일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 40여 명이 모인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도 출범시켰다.
다만 민주당도 속도조절은 염두에 두고 있다. 섣부른 대여투쟁이 자칫 '이 대표 방탄'이라는 역풍을 부를 수도 있어서다. 게다가 이 대표는 오는 11월 25일에도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받는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서 본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을 교사했단 의혹이다.
이에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이 궁극적으론 이 대표와 계속 동행하긴 힘들 수 있다는 시각도 내비친다. 이 대표 실형이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도 차기 대선 잠룡을 다시 물색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서 야권 잠룡들이 몸을 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관련 기사 '상상 그 이상' 이재명 당선무효형 쓰나미 덮친 민주당 '플랜B' 있나).
#정국 반전 찬스…친윤계·친한계 휴전?
국민의힘은 현 상황을 정국 반전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김건희 여사 및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궁지에 내몰려온 분위기를 역전할 계기로 본다. 당 안에서는 '친윤석열(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가 모처럼 내부 갈등을 멈추고 정국 반전을 꾀하잔 공감돼가 형성됐다고 전해졌다.
실제 친윤계와 친한계 인사들은 연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 혐의를 나열할 필요도 없이 '사법부 판단'이라는 데 방점을 찍으며 민주당에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경우 이 대표 판결이 나온 날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거짓말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1월 16일 페이스북에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판사 겁박과 보복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다음 날 페이스북에는 "11월 25일 선고될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은 '검수원복 시행령' 때문에 수사가 가능했습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20대 대선비용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는 지점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이 대표 실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민주당은 이에 해당하는 20대 대선비용을 반납해야 한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이 돈을 반납하지 않을 사태를 대비한다며 '이재명 선거비용 먹튀 방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마냥 공세 기회만 엿보긴 힘든 처지다.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까지 불거지는 등 악재가 쌓여가는 탓이다. 특히 명 씨가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며 각종 의혹들이 추가로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와중에 민주당 등 야권이 결속력으로 무장해 극단적 공세에 나선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부담을 떨쳐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최근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힘은 친한계과 친윤계 인사들끼리 '김 여사 특검' 등을 저지하고 당의 결속력 강화에 힘을 쏟자는 말들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당 쇄신작업도 병행해야 할 숙제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권 5년 간 뭉갠 특별감찰관 추진을 비롯해 앞으로 더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11월 14일 비공개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특별감찰관 추진안과 함께 구체적인 당 쇄신 방안 등도 논의됐다고 알려졌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