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시 SBI 제치고 저축은행업계 자산 1위 등극 전망…증권사 등 투자 진행 중이나 재무 상황 여의치 않아
OK금융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보유한 금전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등 대부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H&H파이낸셜대부 매각에 성공하면 대부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OK금융그룹은 대부업에서 철수하는 동시에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OK금융그룹은 계열사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을 통해 저축은행·캐피탈업계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종합금융그룹의 핵심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 카드, 보험 등의 사업은 영위하지 않고 있다. OK금융그룹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향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새로운 금융사 인수를 추진해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 OK금융그룹의 첫 번째 선택은 상상인저축은행이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자산 1위는 SBI저축은행이고, 2위는 OK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13조 8787억 원, 13조 3197억 원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 5918억 원이다.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저축은행업계 자산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영업구역 확대라는 효과도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총신용공여액의 50%(비수도권은 40%) 이상을 허가 받은 영업구역 내에서 공급해야 한다. OK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서울, 충청, 호남 등 세 구역이고, 상상인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경기권이다.
OK금융그룹은 12월 내 상상인저축은행 실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상상인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실제 인수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며 “OK금융그룹 입장에서도 저축은행 총 자산 1위가 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목표로 제시했던 종합금융그룹 도약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OK금융그룹이 저축은행 외에도 신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DGB금융지주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KCGI의 한양증권 인수에도 참여 중이다.
그러나 정작 경영권은 확보하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의 DGB금융지주 주식 소유 목적은 ‘단순투자’다. 경영권 행사를 위해 소유 목적을 변경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OK저축은행은 또 KCGI의 한양증권 인수 관련해서는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했다. LP는 투자자이므로 경영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 KCGI 관계자는 “한양증권은 직접 운영할 것이며 OK금융그룹의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OK금융그룹 내부적으로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증권사·자산운용사 인수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OK금융그룹이 다수의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OK금융그룹 지주사격인 OK홀딩스대부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52.41%에 달한다.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의 최근 수익성도 좋지 않다. OK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811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79억 원으로 77.8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669억 원에서 220억 원으로 67.04% 줄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 조달에 부담이 늘어난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OK저축은행에 대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재무건전성 유지에 부담 요인”이라며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도 크게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저축은행업의 앞날이다. 최근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은 일반 예금취급기관으로 은행과 유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보호 한도 상향 시 은행으로부터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회에서는 새마을금고,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업계의 예금자 보호 한도 수준 상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업계의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는 저축은행과 같은 5000만 원이다. 상호금융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새마을금고법, 농협협동조합법 등 개별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현재도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상호금융도 저축은행 못지않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상호금융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OK금융그룹으로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후에도 한동안 고객 유인에 집중할 전망이다.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늦어지는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마이데이터 본허가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3월 29일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OK금융그룹 계열사로 간편결제 서비스 ‘OK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분산된 신용정보를 통합해 개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고객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각종 기관과 기업에 분산된 본인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한 종합금융 플랫폼도 구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토스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각종 예금, 대출 현황과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추천하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을 꿈꾸는 OK금융그룹으로서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으면 여러모로 유리한 셈이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는 통상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금융감독원의 ‘마이데이터 허가 매뉴얼’에도 “본허가의 심사기간은 3개월”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OK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신청 8개월이 넘도록 허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심사 진행 상황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금융위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