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주주환원율 최대 40% 전망, 다우기술도 배당 늘려…지난해 주가 조작 의혹 영향?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우키움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 1840억 원이다. 이는 재계서열 51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증권사에서는 다우키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다우기술, 다우데이타에 대한 보고서가 수년간 한 차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다우키움그룹은) 키움증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연구원과 소통하지 않는 보수적인 기업이었다”며 “‘연구원의 무덤’이라고 불렸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상 문제도 많다. 그룹 주력 계열사 키움증권이 증손자회사에 불과하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익래 회장과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오너 일가의 장악력을 위해 계속 지배구조 상단에 새로운 기업을 끼워 넣은 영향이다.
다우키움그룹의 주력 계열사 키움증권은 최근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회사가 번 돈에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또 자사주 취득과 소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올해 주주환원율이 약 40%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충당금 적립)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키움증권은 배당금 산정 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했던 기존 방안을 연결 기준으로 바꿨다. 키움저축은행, 키움자산운용 등 자회사를 포함시키면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실제 키움증권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은 3384억 원이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4407억 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공시 내용 그대로 보면 될 것 같다”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해서는 현재 논의 중에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배당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우키움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다우키움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다우기술과 다우데이타도 기업가치 증대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정보통신(IT) 회사이고, 키움증권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고 있어 부담은 크지 않다. 다만 두 회사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다우기술의 순이익은 2022년 6805억 원에서 2023년 5074억 원으로 25.83% 감소했고, 같은 기간 다우데이타의 순이익은 7338억 원에서 4778억 원으로 34.89% 줄었다.
다우기술은 조금이나마 배당을 늘렸다. 다우기술은 주당 700원을 결산배당한다고 밝혔다. 2021년 500원, 2022년과 2023년 600원에 이어 100원 늘어난 것이다. 반면 다우데이타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우데이타는 2022년과 2023년 주당 300원을 배당했는데 올해는 주당 250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추가적으로 밸류업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로는 이현 다우키움그룹 부회장이 거론된다. 이현 부회장은 키움증권 창립멤버다. 이 부회장은 키움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준비하고, 프로야구단 스폰서 계약 체결을 이끈 바 있다. 경험이 풍부한 만큼 그룹 차원의 밸류업 추진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사실 다우키움그룹은 그동안 주주에 인색했던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 다우키움그룹이 밸류업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두 번의 주가 조작에 휘말린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라덕연 씨가 다우데이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때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다우테이타의 주가는 지난해 2월 한때 5만 3200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은 폭락 이틀 전 주당 4만 3245원에 총 605억 원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김 전 회장이 라 씨의 주가 조작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검찰도 관련 수사에 나섰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없었다.
라덕연 씨 측은 김익래 전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한테 주가폭락 책임이 있다면서 이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라 씨 측은 지난 3월 8일 법정에서 “키움증권 등 피고들이 관리하는 계좌에서 반대매매를 불법적으로 해서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움증권은 “원고(라 씨)가 주장하는 시세조종 불법행위 등을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나설까
증권가에서는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환원보다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1984년생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장남)가 (주)이머니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지배구조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김동준 대표→(주)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진다.
(주)이머니는 2003년 설립된 온라인 정보 제공 업체로 자본금이 8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주)이머니는 김익래 전 회장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다우데이타 지분을 매입했다. 이어 (주)이머니는 수십 년 동안 다우데이타로부터 배당을 받아 대출이자를 납부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주)이머니가 다우데이타 지분을 계속 사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다우키움그룹 차원에서 다우데이타 주가를 억눌러 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김동준 대표 중심의 지배구조가 구축됐고, 사회적 시선이 과거보다는 훨씬 엄해졌기 때문에 이제라도 다우기술과 다우데이타의 합병 방안 등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주)이머니 최대주주인 김동준 대표가 증여세 마련을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익래 전 회장은 지난해 주식 매각자금 605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당초 김 전 회장이 해당 매각자금을 증여세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회장의 사회 환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를 철회하기는 어렵다.
김 대표는 딱히 증여세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현금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증여세 마련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