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오락가락 행보 뒷말, 민주당 탄핵안 통과 때까지 추진…여당 개헌-야당 탄핵 정면충돌 전망도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는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107명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의결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여당은 의결정족수 200석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해 투표불성립을 만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리를 지켰던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추가로 돌아와 투표를 진행했지만 4시간을 기다린 뒤 개표한 결과 투표인원 195명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200석을 충족하지 못해 ‘투표불성립’ 폐기됐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나타난 한동훈 대표의 스탠스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발표 직후 “요건에 맞지 않는 위법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라고 규정했다. 이후 한 대표는 수차례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에 대해 동참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한 대표가 당론과 다른 입장을 보이자 대통령실이 분주히 움직였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요청, 6일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회동을 가졌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윤 대통령에 직무정지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내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 찬성 움직임이 일어 탄핵안이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의힘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 대표 모두 윤 대통령 탄핵이 보수 재집권에 불리하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 민주당 승리 가능성이 높다”며 “임기단축 개헌 등을 통한 자진사퇴는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친위 쿠데타 국면을 전환할 수 있고, 차기 대선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이에 탄핵은 결사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을 끌겠다는 게 국민의힘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여기엔 이재명 대표 재판 일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 유력 주자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활용해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퇴진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사흘간 침묵을 지키던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이 임박하자, 이를 피해가기 위한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탄핵 표결 7시간 전인 7일 오전 10시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내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난맥상의 정국을 수습한 뒤 차기를 약속 받고 탄핵 반대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직전 대국민 담화에서 본인의 임기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정국 안정 방안을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결국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한 대표와 국민의힘에 맡김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탄핵 정국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한 배를 타긴 했지만, 한 대표에 끝까지 힘을 실어줄지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번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서 이탈표 6표가 나왔다. 까딱하면 통과될 뻔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한 대표의 친한계 내 그립감에 의문부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엔 한 대표를 내쫓고 친윤계 지도부를 세워 단속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추후 다시 윤-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잘하고 있다’는 16%로 집권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후인 4~5일 기준으로는 지지율이 13%까지 추락했다.
또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추진 찬반’ 질문에 73.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24.0%, ‘잘 모름’은 2.4%에 그쳤다(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재확인했으나, 퇴진 시기와 방식 등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은 이번에도 내놓지 못했다. 한 대표는 “당내 논의를 거쳐 구체적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담화 후 야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의 주1회 회동으로 대통령 직무를 대신하겠다는데, 그 어떤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있냐”고 물으면서 “내란 및 군사 반란 수괴 윤석열과 통모해 2차 친위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국무총리 탄핵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모든 로드맵은 의원총회에서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 담화를 두고 당내 갈등이 벌어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친명계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비상계엄 선언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믿음은 바닥에 떨어졌다. 대국민 담화에서 2차 계엄은 없다 단언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탄핵이 부결된 상황에 언제 또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시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윤 대통령의 군통수권을 빼앗고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여당의 개헌국면과 야당의 탄핵국면이 정면충돌해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매주 탄핵안 처리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진보와 보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장외집회를 하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도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의 내란죄 혐의 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하라 지시하며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당초 심 총장은 특별수사팀 구성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 관련 다양한 의혹이 쏟아지면서 입장을 바꿔,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특수본을 구성했다. 특수본에는 검사 20명과 검찰수사관 30여 명이 투입됐다. 또한 군검찰 인력도 파견 받아 합동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검찰이 특수본을 세운 것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8년여 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시민단체의 고발건을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배당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직접수사가 불가능해 직권남용 혐의를 우선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결국 특별검사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6일 특수본을 꾸린 검찰을 향해 “권한을 넘은 어떤 내란 수사도, 현 상황의 본질을 덮기 위한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며 “내란은 공정성과 역량을 갖춘 특검에 의해 수사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검이 가동되면 기존 수사기관들은 수사를 중단하고 자료를 특검에 이관해야 한다. 그럼에도 출범 전까지 초동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검경의 수뇌부에 앉아있는 만큼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각 수사기관이 수사 경쟁이 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기관들에 대한 정권의 입김이 통할지도 의문이다. 정권 말기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상황과 흡사하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검찰 해체에 나설 게 눈에 보듯 뻔하다. 기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민주당 측에 줄을 서야 하고, 성과를 보여야 한다. 윤 대통령 수사를 봐줄 겨를이 없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