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4월 이후로 판단 늦어지면 ‘공석’ 발생…공수처, 특검 가동 전인 1월 마무리해야 ‘위상’ 제고
하지만 헌재와 공수처 모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헌재는 늦어도 내년 4월 중에는 탄핵심판을, 공수처는 내년 1월 중에는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헌재의 경우 4월 이후로 판단이 늦어지면 2명의 재판관 추가 공석이 발생하고, 공수처의 경우 특검이 가동되면 수사가 멈춰 선다. 때문에 공수처는 특검 전에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는 물론 기소까지 마무리해야 ‘조직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
#‘재판관 3명 임명 가능 여부’가 결국 쟁점
헌재는 ‘속도전’을 추진 중이다. 전자자동 배당을 통해 정형식 재판관(사법연수원 17기)이 주심으로 확정됐다. 12월 16일에 재판관 전원회의를 열고 첫 변론준비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자연스레 여의도로 모였던 민심이 헌재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이 6명에 불과해 ‘심리’는 가능해도 탄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는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3명 지명하는 총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그동안 추천 몫인 3명을 임명하지 않아 지난 10월 이종석 헌재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3명 동시 퇴임 후 6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비상계엄 파동 이후 야당 주도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24일에 개최토록 추진하는 등 탄핵 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관 ‘9인 완전체’ 인선이 유력해 보이지만, 여당의 반대와 한덕수 대통령 대행의 결정이 중요한 변수다.
민주당은 후임자 3명 가운데 마은혁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29기)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27기) 2명을 추천했으며, 국민의힘은 조한창 변호사(18기)를 후보로 추천한 상황이다. 국회 추천 몫이기에 한덕수 대행이 임명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보수 진영이 ‘최대한 심리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인 점은 변수다.
6인이나 9인 여부와 관계없이 헌재는 빠르게 사건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법이 규정한 탄핵소추안 처리 기한은 ‘180일 이내’지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재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까지는 결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 대행 체제로는 임명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내란과 관련한 전모가 계엄군 관계자들의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대부분 드러난 점 등 헌재 재판관들이 법리적인 지점만 판단이 서면 심리가 길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판사는 “돈이 오간 정황이 없기 때문에 계엄과 관련해 군과 경찰 핵심인사들로부터 ‘사실관계’만 확인하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법리의 영역”이라고 내다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하기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용 결정으로 파면되기까지 91일이 걸리는 등 대통령 탄핵안마다 헌재는 속도감 있게 결과를 내놨다.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 역시 내년 2~3월 중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서 지명했다고 해서 재판관이 기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내란죄 성립 여부와 별개로 통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진행될 공수처 수사는?
공수처는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피의자 소환을 앞두고 있다.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조만간 대검찰청에서 윤 대통령 관련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18일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가 긴급 회동을 갖고 전격적으로 검찰이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는 대신 나머지 피의자 사건에 대한 이첩 요청을 공수처가 철회하기로 협의했다.
이로써 검찰과 경찰, 공수처 사이 수사 경쟁은 일단락됐다. 경찰도 이미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보냈기 때문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책임질 전담 수사기관이 됐다.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 경찰 특별수사단(150명)과 검찰 특별수사본부(1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50여 명 수준이다. 처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현격한 차이다. 게다가 굵직한 수사 경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특검보다 ‘빠른 마무리’도 해내야 한다. 물론 시간표는 공수처에 유리하다. 국회가 내란특검법을 정부로 보냈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은 15일 이내에 공표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표가 되더라도 특검 임명에서 출범까지 한 달여 남짓 시간이 걸린다. 특검 임명 후 파견 검사 및 수사관 구성, 20일 내외로 사무실 계약 등 수사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출범한 국정농단 특검의 경우 11월 22일에 특검법이 공표가 됐는데, 한 달 뒤인 12월 21일에 특검 현판식을 했다. 12월 12일 내란특검법이 통과된 점을 고려할 때 한 권한대행이 최대한 빠르게 공표를 해줘야 1월 12일 전후에 출범이 가능하다.
공수처는 속도를 붙여 윤 대통령을 먼저 구속기소해야 사한다. 먼저 기소하면 일사부재리에 따라 특검은 더 이상 윤 대통령을 같은 혐의로 수사할 수 없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시간표를 고려할 때 특검이 아무리 빠르게 출범하더라도 20일 이상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수처가 올해 안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특검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건을 넘겨받아 ‘대표성’을 얻은 만큼 공수처 위상이 달려 있는 수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