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김 평산마을서 2시간 만남, 대통령-경제부총리로 대한민국 성장 이끌던 시절 회상하며 “(김 지사가)적극 메시지 내달라”당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평상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탄핵 정국의 혼돈 속에 위기 극복의 경험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집권했고 김동연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였다.
두 사람은 내수 위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높은 물가와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 비상계엄 사태의 후유증을 우려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7년 상황을 떠올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렀으나 문재인 대통령-김동연 경제부총리 체제에서 2017년 3.2%의 성장을 이룩하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달성했다. 문-김 콤비의 경제 살리기는 이날 대화의 주된 화제 중 하나였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문 대통령님 취임 후 바로 추경을 편성했었다”고 회상하면서 지금은 최소 30조 원 이상의 ‘슈퍼추경’을 시급히 편성해 미래먹거리와 소상공인 지원 및 청년 일자리, 민생회복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행 기준금리 0.5%포인트 ‘빅컷’, 금융중개지원대출 10조 원 증액 등도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적극 공감하면서 “지금 정부는 ‘부자 감세’에다 재정건전성에 너무 얽매여 재정 운용을 너무 방어적, 축소적으로 해왔다”고 김 지사를 거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지사에게 “경제는 워낙 전문가시니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메시지를 계속 내주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건이 어렵더라도 경제는 운용하는 사람의 역량, 철학이 정책으로 작용하더라”는 말을 하며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의 경륜과 철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짚었다.
만남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세 차례 대면 회담 얘기도 테이블에 올랐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경제부총리로 세 차례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면에서 특유의 성격대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문 전 대통령이 차분하고 또박또박 대응해 나가자 두 번째 회담 이후에는 신뢰관계로 발전해 함께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게 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김 지사는 회상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내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라 부르게 된 것 등이 화제로 오르기도 했다.
대화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비상계엄사태 및 탄핵 정국에 의해 외교적으로 패싱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김동연 지사는 19일 대외 신인도 악화로 인한 환율 급등과 해외 자본 유출을 우려하며 트럼프 당선인과도 인연이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김동연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외국 지도자 2,500여 명에게 펼친 ‘서한외교’도 설명했다. 김 지사는 “(긴급서한 답장으로)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내년 다보스포럼 초청장을 보내왔다. 국제사회가 한국 상황을 궁금해 하는데, 중앙정부선 어려울 듯하니 김동연 지사가 한국 대표로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고, 문 전 대통령은 사실상 외교 공백 상황에서 김 지사의 행보를 높게 평가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