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만 흥행 성공…설 연휴엔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속편·리메이크 경쟁 구도
개봉 10일째인 1월 2일까지 ‘하얼빈’이 기록한 누적 관객수는 318만 8615명이었다. 11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파묘’는 개봉 10일째 관객수가 538만 1112명이었다. 1150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범죄도시4’는 개봉 10일째에 642만 1343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더욱이 개봉 4일째의 기록만으로도 320만 5182명의 관객을 동원, ‘하얼빈’보다 6일 정도 빠른 흥행 행보를 보였다.
누적 관객수 752만 명을 기록한 ‘베테랑2’ 역시 개봉 10일까지 560만 1036명의 관객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하얼빈’이 손익분기점인 680만 명 관객에 다가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누적 관객수 471만 명을 기록한 ‘파일럿’은 개봉 10일째 흥행 기록이 245만 3306명, 누적 관객수 514만 명을 기록한 ‘밀수’는 개봉 10일 동안 280만 824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처럼 ‘개봉 10일 흥행 성적’을 기준으로 볼 때 ‘하얼빈’은 500만~600만 관객까지 바라볼 수 있지만 1월 6일 이후 흥행세가 크게 꺾여버렸다.
‘서울의 봄’의 경우는 개봉 10일째 흥행 성적이 327만 6885명으로 ‘하얼빈’과 비슷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1312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는 게 영화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현재의 흥행 기세로 볼 때 ‘하얼빈’이 1000만 관객 신화를 기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불황을 겪은 영화계는 엔데믹 이후 여름 휴가철과 겨울 연말연시 대목에 대작 영화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했다가 동반 몰락하는 아픔을 반복해왔다. 2024년 여름 성수기에 비로소 이런 현상이 사라졌지만 과열 경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까지는 아니었다. 거듭된 흥행 실패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대작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일럿’이 최고 흥행작이 됐지만 흥행 기록은 471만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2024년 겨울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상황이 다시 반복됐다. 12월 4일 개봉한 ‘소방관’과 ‘1승’을 필두로 11일 ‘대가족’, 24일 ‘하얼빈’, 31일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까지 12월에만 대작 한국영화 5편이 개봉했다.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 사건으로 개봉이 미뤄졌던 창고영화 ‘소방관’이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1월 7일까지 358만 584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소방관’은 제작비가 70억여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50만 명이라 이미 흑자모드에 돌입했다. 그리고 최고 기대작인 ‘하얼빈’은 7일까지 377만 8072명의 관객을 동원해 겨울 성수기 개봉작 가운데 흥행 1위 자리에 등극했지만 손익분기점은 여전히 멀다.
이 두 편을 제외하면 ‘1승’은 32만 명, ‘대가족’은 31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도 1월 7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34만 7370명으로 송중기 이름값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1월 말에는 다시 설 연휴가 있다.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5일부터 30일까지 6일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31일 하루만 연차를 쓰면 최장 9일 연휴도 가능하다. 당연히 극장가도 성수기가 될 전망이다. 설 연휴에도 한국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1월 22일 개봉하는 ‘히트맨2’를 필두로 24일에는 ‘검은 수녀들’과 ‘귀신경찰’이 개봉하고 28일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한다.
‘히트맨2’는 2020년 설 연휴에 개봉해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뒤 VOD 시장과 OTT를 통해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히트맨’의 속편이다. 1편의 최원섭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등 전편 출연진도 총출동했다.
송혜교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화제가 된 ‘검은 수녀들’은 2015년 개봉해 544만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의 속편이다. 제작사는 영화사집으로 동일하지만 감독과 출연진은 모두 바뀌었다. 장재현 감독 대신 권혁재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윤석과 강동원 대신 송혜교와 전여빈, 이진욱 등이 출연한다.
도경수와 원진아가 출연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일의 기억’으로 호평받았던 서유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 대만 영화가 워낙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레전드로 통할 만큼 유명한 작품이라 기대감이 크다.
이번 설 연휴 개봉 영화의 특징은 ‘검증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속편들이며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가 오랜 불황을 겪으며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최소한의 흥행력이 검증된 영화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의 영화는 비수기로 밀려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도전적인 시도가 흥행에 성공해야 위축된 투자 시장이 되살아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4년에는 비수기인 2월 말에 개봉한 ‘파묘’가 1191만 관객을 기록하며 신선한 자극이 됐다. 연말연시와 설 연휴 성수기 사이에 낀 비수기인 1월 8일 개봉한 박지현, 최시원 주연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설 연휴가 끝난 비수기인 2월 초 개봉하는 하정우, 김남길 주연의 ‘브로큰’ 등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