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염병 ‘메타뉴모바이러스’까지 발생…조류독감 ‘H5N1’ 사람 간 감염 발생하면 더 강력한 팬데믹 우려
당장 시급한 문제는 독감이다. 1월 8일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2월 22~28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3.9명이다. 곧 2016년에 기록된 외래환자 1000명당 86.2명도 넘길 기세다.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독감이 대유행하고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감에 걸린다”며 “환자들은 하나같이 증상이 심하다. 응급실 환자나 전화 문의의 절반은 독감과 관련된 것이다. 심야에 발열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내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
독감은 백신과 치료제가 있다. 예년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다소 낮아진 것이 이번 독감 대유행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조언하고 있다. 또 치료제가 존재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빠른 진단으로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문제는 독감만 유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일 한림대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RSV를 시작으로 인플루엔자, 메타뉴모바이러스까지 유행했고 코로나19만 남았다. 쿼드리플데믹을 이루는 건 아닌지”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메타뉴모바이러스, 정확한 표현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uman metapneumovirus. HMPV)’로 현재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4급 급성호흡기감염병으로 증상은 감기와 유사한 데 심하면 세기관지염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현재 HMPV는 중국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하고 있지만 중국 발표 내용을 보면 매년 유행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까지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질병청 발표 보도자료를 보면 4주간 HMPV 검출율은 12월 1~7일 3.2%에서 12월 22~28일 5.3%로 3주 사이 2% 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질병청은 “매년 일정 수준 유행하고 있어 아직 유의할 만한 변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 시급한 문제는 노로바이러스다. 지난 7일 질병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로바이러스감염증 환자가 최근 증가 중”이라며 “특히 영유아(0~6세) 환자가 전체의 58.8%를 차지하고 있어 영유아 및 관련시설(어린이집, 키즈카페 등)의 위생수칙 준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12월 22∼28일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291명 발생했는데 11월 24∼30일 80명, 12월 1∼7일 114명, 12월 8∼14일 142명, 12월 15∼21일 2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 이내에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복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 백신은 없다.
또 표본감시 중인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 수도 111명으로 전주 66명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자칫 쿼드리플데믹을 넘어 멀티데믹으로 갈 우려가 있지만 아직은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당시처럼 팬데믹이 오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새로운 팬데믹의 공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부분은 주목해야 한다.
이재갑 교수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넥스트 팬데믹과 관련해 학계가 주목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를 가장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포유류인 젖소에서 대규모로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다”며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서 사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새로운 팬데믹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 가장 염려되는 바이러스 감염병은 조류독감으로 치명률이 지금보다 약간 낮아지더라도 사람과 사람 간 전파력이 강해지면 인류를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류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고병원성인 H5N1형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월 6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독감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H5N1형 바이러스가 조류독감이라 불리는 이유는 주로 조류가 감염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300종 이상의 조류에서 감염이 발견됐는데 이제는 포유류에서도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 H5N1형 바이러스 감염 포유류는 40종이 넘는다.
미국에서는 젖소가 가장 문제다. 2024년 4월 이후 미국에서 H5N1 인체감염 사례가 66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40명이 젖소를 통해 감염됐다. 미국 워싱턴의 야생고양잇과지지센터(WFAC)에선 11월 말부터 12월 중순 사이 호랑이, 퓨마, 벵골고양이, 유라시아 스라소니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 20마리가 잇달아 숨졌는데 그 이유 역시 H5N1 감염으로 알려졌다.
사람과 유사성이 큰 포유류에서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늘면서 인간이 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H5N1의 사람 간 감염까지 발생한다면 더 강력한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