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부족 드러낸 데다 경찰에 체포 일임했다 철회 ‘오락가락’…법조계 “먼저 빠진 검찰이 승자”
#제대로 헛발질한 공수처
오동운 공수처장은 1월 7일 오전 8시 52분쯤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의 “(체포영장 집행 관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날 것인지, 체포영장 일임 논란에 대해 한 말씀을 해달라”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실 공수처의 수사 능력 부족은 첫 체포영장 집행 때부터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육탄 방어에 막혀 5시간 30분여 만에 철수했다.
특히 집행 당시 경호처장을 포함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 관계자들을 현장에서 체포하자는 경찰의 목소리를 만류하고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경찰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2700여 명의 기동대를 투입해 주변 집회를 모두 관리한 상태로 이뤄진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5시간 30분 만에 철수하겠다고 하면서 ‘경찰력’만 낭비됐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이후 대통령 경호처는 관저에 추가로 버스를 설치해 저지선을 강화하는 한편 울타리를 둘러 진입을 더 어렵게 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투입 인력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당시 공수처와 경찰은 각각 30명과 50명을 관저 안으로 투입했지만 200명 안팎의 경호처에 막혔다. 공수처에서는 경호처가 협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무가 정지됐다고 하지만 현직인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나 청와대에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한 차례라도 있느냐”며 “당연히 경호처에서 저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경호처 인력의 2~3배는 투입해 ‘끌어내는 방법’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포 위임 해프닝에 떨어진 신뢰
헛발질의 끝은 체포 위임이었다. 체포 실패 이틀 뒤인 5일 밤, 공수처는 경찰에 영장 집행 위임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법리 검토 끝에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6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위법성 논란 등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공문을 접수해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여전히 공수처인 것은 분명하며 공조수사본부 체제 안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꾸준히 협의해 수사하겠다는 의미”라고 거절의 뜻을 밝혔다.
형사소송법 81조를 고려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경찰의 판단이다. 형소법 제81조는 구속영장은 검사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내용인데, 공수처 검사의 지휘 없이 ‘위임’된 집행은 위법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경찰에 협조를 구할 수는 있으나 검찰에서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은 기본적으로 검찰에서 집행해야 한다”며 “검찰이 영장 집행 인력을 따로 운영하는 게 이를 고려한 것인데 공수처가 만일 이를 위임한다면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법원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수처가 공문을 보낸 과정에서 경찰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경찰 측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야간에 (공문을) 보낼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공수처의 수사능력 부족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소식에 밝은 한 법조인은 “첫 영장 집행 때부터 경찰에서는 ‘저지하는 인원의 3~4배를 투입해서 끌어내면 된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기동대 수천 명이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괜한 고생을 한 것 아니냐”며 “굵직한 수사 경험이 없고 판사 출신들이 수사를 지휘하다 보니 이런 한심한 수사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 다들 잘 알지 않느냐”며 “공수처가 경호처와 윤 대통령이 자기 판단에 확신이 강한 윤 대통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빠진 검찰이 승자?
법조계에선 사건을 공수처에 일단 넘기고 한 발 빠진 상태로 있는 검찰의 판단이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해 12월 18일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 요청에 따라 이첩했다. 공수처법 제24조는 중복수사 등에 대해 공수처 요청이 있다면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내란죄를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 후 검찰에 사건을 다시 넘겨야 하는데 처음 이첩할 때만 해도 검찰 내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잘 빠져나갔다”는 평이 나온다.
앞선 검사 출신 변호사는 “어차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한 것을 다시 검토해 최종적인 기소를 하게 된다”며 “공수처가 이렇게 실수를 할 것까지 염두에 뒀다면 신의 한 수가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