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공고 취소부터 입주 지연 피해 우려까지…‘남산 곤돌라’ 건설 제동 걸릴 가능성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지은 시공사로 유명한 신동아건설은 2019년 11월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5년 2개월 만에 분양시장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신동아건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우리 회사는 급격한 자금 사정 악화와 누적된 부채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신동아건설 측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하루 만에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설 연휴 전 결정될 전망이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2월 만기 도래한 어음 6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428.8% 수준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건설사들의 적정 부채비율을 150~200% 수준으로 보는 일반적 인식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동아건설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선 수치를 보인 만큼 자금 측면에서 문제를 겪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신청 여파는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의 입주 지연 등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이 시공사로 참여 중인 아파트 분양 사업장은 △인천 검단 파밀리에 엘리프 △e편한세상 시티 원당 △화성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 △화성 동탄 숨마데시앙 △평택 고덕 미래도 파밀리에 △의정부역 신동아 파밀리에 2블럭(I) △의정부역 신동아 파밀리에(II) 등 총 7곳(전체 2899가구)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업장 7곳 모두 HUG 주택분양 보증에 가입한 상태로, 주택분양 보증 약관에 따르면 시행사(주 채무자)가 법정관리, 파산 등으로 공사를 3개월 이상 지연하면 HUG가 보증 책임을 진다. 보증 금액 규모는 1조 1695억 원이다.
신동아건설이 시행사로 참여하고 있는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와 ‘고덕국제신도시 미래도 파밀리에’ 등은 선제 조치에 나섰다.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는 신동아건설이 80%, 계룡건설산업이 20%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두 차례 청약을 진행했지만 평균 ‘0.51 대 1’이란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당첨자 발표일인 지난 8일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는 “사업 주체의 사정으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청약신청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57조 4항에 따라 당첨자로 관리되지 않으며 청약통장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신동아건설은 모집공고 취소와 함께 계룡건설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계룡건설산업 관계자는 8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현재 별다른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진 않다”며 “협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고덕국제신도시 미래도 파밀리에’는 신동아건설과 모아종합건설이 공동 시공을 맡은 후분양 단지로 공정률은 70%를 넘어섰다. 올해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첨자들이 입주 지연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모아종합건설 측은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와 상관없이 책임시공으로 준공까지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HUG에서 자금을 받아 집행하고 있기에 입주 일정에 무리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법원의 회생 인가가 나면 사업장별로 정상화 등 조사를 진행해 보증 책임 여부를 결정한다”며 “검단신도시의 경우 시행사의 모집공고 취소와 동시에 HUG의 분양 보증도 소멸됐다”고 말했다.
신동아건설 단독 시공 사업장은 의정부역 신동아파밀리에 2블럭(I)과 의정부역 신동아 파밀리에(II), 두 곳으로 각각 2025년 3월, 2026년 7월 입주 예정이다. 다만 두 곳 모두 미분양 물량이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정부 사업장 사업을 책임지는 시행사는 하나자산신탁으로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분양 보증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시행사가 시공사 교체에 나서면 사업과 입주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신동아건설이 수주한 주요 공공사업들에도 차질이 생겼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7월 서울시와 ‘남산 곤돌라 건설’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총 공사비는 400억 원 규모로 신규 곤돌라 운행 시기는 11월로 예정됐다. 그런데 환경단체와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이 제기한 ‘남산 곤돌라 설치 반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공사가 중지됐으며 서울시가 서울행정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까지 신청하자 서울시는 시름이 깊어졌다. 남산 곤돌라 추진사업은 두 차례 입찰공고를 냈지만 참여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되며 사업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 사업 단가가 맞지 않아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나선 곳이 신동아건설이다. 서울시는 신동아건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최악의 경우 건설사를 새로 입찰해야 한다. 지난 9일 서울시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해서 맡은 공사를 멈추는 게 아니다”라며 “법원의 결정 이후 사업 추진 여부 등을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신동아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사업인 ‘서울 대방 복합개발·동작구 수방사’ 부지와 ‘경기 파주운정3 A20 블럭’ 등 굵직한 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대방 복합개발·동작구 수방사’ 부지 아파트 사업은 신동아건설(55%)과 금호건설(45%)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난해 10월 청약에서 22가구 모집에 2만 5253명이 몰리며 이른바 ‘로또청약’으로 불렸다. 신동아건설이 수방사 부지, 금호건설이 대방 부지를 맡아 공사를 진행 중이다. 금호건설은 서로 건설 현장이 달라 직접적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LH가 법원 판결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면 그 방안을 따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아건설이 지분 70%를 보유한 ‘파주운정3 A20블럭 아파트’ 사업은 현재 공정률 10% 수준으로 확인된다. 149가구 모집에 9459명이 청약을 접수하며 63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LH 관계자는 “현재 파주운정3 A20블럭 공사와 관련해 하도급사 등에 직접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청약 당첨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자금과 공사 일정을 다방면에서 검토해 차질 없이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