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행사 놓고 ‘가맹점 갈라치기’ 불만 폭발…비알코리아 “점포 매출 증가에 기여한 서비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배스킨라빈스 본사는 전체 가맹점을 대상으로 2025년도 KT와 LG유플러스 제휴 할인행사 동의 여부를 물었다. KT와 LG유플러스 제휴 할인행사에 대한 점포 동의 절차는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12월 본사는 KT와 LG유플러스 할인행사를 위한 연간 동의서를 수집했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 할인행사 동의율은 각각 60.6%와 58.7%로 행사 진행 기준치인 70%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본사는 “동의율 70%가 충족되지 않으면 올해 통신사 제휴 행사 진행은 어렵다”는 대표이사 명의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본사는 동의하는 점포만 통신사 할인행사를 하겠다고 다시 안내했다. 12월 31일 본사는 점주들에게 발송한 공지문을 통해 “10년간 지속됐던 제휴 관계를 종료하는 것보다는 동의 점포만이라도 진행하는 것으로 어렵게 통신사와 협의가 됐다”며 “기존의 동의 결과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재동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점주 1000명 이상이 모인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10일 만난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A 씨는 “가맹점주를 대하는 본사의 태도가 문제다. 본사가 지난해 연간 동의서를 수집하기 몇 개월 전부터 가맹점주협의회는 추가 점주 부담이 있으면 동의하기가 어려우니 통신사와 계약 전에 협의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동의율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면 협의를 통해 다른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며 “기존 공지와 달리 말을 바꾸면서 본사가 신뢰를 저버린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통신사 제휴 할인행사의 점포 부담은 늘어난다. KT의 VIP 이상 고객에게는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이때 점포 부담금은 지난해 980원에서 올해 1225원으로 증가한다. LG유플러스는 한 달에 한 번 VIP 고객에게 배스킨라빈스 싱글레귤러 1개 제공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관련한 점포 부담률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0% 이상으로 높아진다.
점주들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부터 할인행사가 늘면서 점포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B 씨는 “엔데믹 이후 본사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인행사를 대폭 늘렸다. 비용 부담은 느는데 그 사이에 가맹점은 약 1800개로 늘면서 경쟁은 더 심화됐다”라고 밝혔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등을 운영하는 SPC 비알코리아는 2023년 매출 7065억 원에 영업손실 29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10.7% 줄었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1999년 이래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비알코리아 매출 약 70%를 차지하는 배스킨라빈스 실적 악화가 영향을 끼쳤다. 배스킨라빈스 매출은 2022년 5859억 원에서 2023년 4967억 원으로 15% 줄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12조의 6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는 판촉행사를 본사가 실시하려는 경우 점주 동의 70%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전체 가맹점이 대상이다. 다만 가맹점주 동의율이 70%를 넘지 않으면, 판촉행사 비용 부담에 동의한 가맹점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점주 A 씨는 “프로모션 동의율은 프랜차이즈의 특성을 반영해 고객에게 통일된 운영정책을 시행토록 하기 위해 공정위에서 수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 B 씨는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동의 점포만 데리고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가맹점 갈라치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한 관계자는 “70% 기준을 둔 것은 판촉행사에 동의하지 않는 점주들도 판촉행사를 진행하면 비용 부담이 있기에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하지만 본사가 가맹점주별로 분리 판촉행사를 진행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가맹거래사는 “분리 판촉 내용이 법에 나와 있기 때문에 점주들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다만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통일성이 없으면 참여하지 않은 점포들은 고객들로부터 불평을 들을 수 있다. 거래 조건 변경에 대해 점주들이 합리적인 지적을 했는데도 본사가 그 의견을 검증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협의가 부족했다는 불만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4년도 통신사 할인행사와 관련해 일부 점주들은 점주부담금 반환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4년도 통신사 할인행사 동의율은 당초 70%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본사가 일부 점주 동의율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본사는 동의서 서명을 다시 받았다. 애초에 행사에 동의하지 않았던 점주들은 최소 5개월 동안은 내지 않아도 됐을 비용을 냈다며 점주부담금 반환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10여 년간 지속한 배스킨라빈스 통신사 제휴는 고객 이용도와 만족도가 높은 주요 할인 혜택이면서 점포의 매출 증가에 기여한 서비스”라며 “2025년 통신사 제휴는 가맹점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혜택 종료로 고객 불편이 예상돼 1월에는 가맹점 부담 없이 통신사와 본사가 제휴 비용을 전액 부담해 소비자 혜택을 동일하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2024년도 통신사 할인 정책에 대해선 동의율 조작 건은 해당 사건이 본부에 최초 접수된 이후 동일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판매정보시스템(POS)을 즉시 개선해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