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시점 증여…“흔한 절세 전략이지만 책임 경영 없이 기회만 활용” 비판론

2023년 9월 안성호 사장은 에이스침대 주식 44만 3600주(4%)를 두 아들에게 절반씩(각 22만 1800주, 2%) 1주당 2만 6100원에 증여했다. 총 115억 7796만 원(각각 57억 8898만 원) 규모다. 당시 안 사장의 에이스침대 지분율은 74.56%에서 70.56%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비교적 이른 지분 증여 배경에 2019년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는 에이스침대 주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스침대 주가는 2021년 8월 6만 7400원을 찍었다가 4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15일 현재 2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창업주 고 안유수 회장은 2001년 장남인 안성호 사장에게 에이스침대를, 차남인 안정호 사장에게 시몬스를 물려주며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했다. 1968년생인 안성호 사장이 아직 경영에서 손을 뗄 나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안 사장이 두 아들에게 조금씩 지분을 주고 있는 이유는 주가가 낮은 시점에 지분을 넘겨 증여세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인 심혜섭 변호사는 “주가가 낮을 때 증여·매각을 하거나 상속해 절세하는 흔한 전략”이라며 “증여세를 낼 재원이 부족하면 배당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또 증여하는 식으로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오너 일가 양홍석 부회장은 두 딸 양채유·채린 양과 조카 홍승우 군에게 2022년 자금 증여 방식으로 주식을 증여했다. 이들의 주식 매수는 대신증권 주가의 본격 하락세가 시작된 시기에 집중됐다.
김규식 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변호사)은 “일부러 부당하게 주가를 눌렀다는 증거가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단지 실적이 좋지 못해 주가가 하락한 시기에 증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면서도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책임 없이 기회만 활용하는 모습은 경영진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에이스침대는 최근 3년간 실적 침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매출 3464억 원, 영업이익 768억 원을 기록한 뒤 2022년 매출(3462억 원)이 0.04% 감소하며 10년 만에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22.2%에서 2022년 18.9%, 2023년 18.6%로 감소했다. 2024년 들어 1, 2분기 매출이 각각 18%, 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 18%, 27%를 보이며 반짝 반등했으나 3분기 들어 다시 매출(774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 영업이익(126억 원)이 13.7%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이나 소각 등을 통한 주가 부양책 없이 두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안성호 사장에 대해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기업실적·주주가치 제고보다 경영승계 키워드 하나만 보고 가는 것이 오너십 경영의 폐해”라며 “경기 상황이나 기업 상황과 무관하게 ‘절세테크’ 타고 경영 승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요신문i’는 에이스침대 측에 안성호 사장 지분 상속의 목적과 추후 계획, 주가 부양·실적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물었으나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