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교환권으로 배달비 내도 돼 점주 마진 축소 반발, 야당 국감 증인 추진…굽네치킨 “가맹점 상생 노력 지속”
#콜라 빼고, 남은 금액은 배달비로
지난 6월 굽네치킨은 소비자들이 본사 홈페이지에서 메뉴 교환 기프티콘을 ‘금액권’처럼 사용할 수 있게 정책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메뉴 변경도 가능해졌다. 특히 소비자들은 기프티콘으로 배달비를 결제할 수 있게 됐다. 2만 2400원짜리 기프티콘을 가진 소비자가 1만 9900원짜리 메뉴로 변경할 경우, 차액인 2500원을 배달비 3000원을 내는 데 쓰고 500원만 추가로 결제하면 되는 식이다.
굽네치킨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메뉴 교환 기프티콘으로 배달비를 결제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프티콘 메뉴는 대부분 치킨과 콜라 1.25L(리터) 한 병 세트로 구성된다. 변동가인 계육(닭) 대신 고정가인 콜라가 가맹점주들의 마진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기프트콘 활용 방법이 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치킨과 콜라 세트 메뉴 기프티콘을 치킨 단품 메뉴로 변경한 후 차액을 배달비 정산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기프티콘 주문 건의 경우 굽네치킨 가맹점주는 수수료 7.7%를 부담해야 한다. 기프티콘 제품의 할인 프로모션(행사)에 대한 가맹점 부담금도 1000~150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굽네치킨 한 가맹점주는 “콜라가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는데 무색해졌다. 현재 들어오는 콜(주문)을 보면 대부분 소비자가 기프티콘 금액을 콜라 대신 배달비로 활용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는 배달 대행사 기사에 현금으로 대략 4000원도 줘야 한다. 콜라 대신 사이드 메뉴 매출이 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할 때 배달비를 메뉴 교환 기프티콘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콜라를 필수 제공 품목으로 정한 업체들도 있다. bhc는 자사 앱 주문 건에 한해 기프티콘 금액 이상의 메뉴로 변경이 가능하다. 이때 콜라는 필수 공급 품목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다. 교촌치킨은 세트 메뉴로 구성된 기프티콘의 경우 사이드 메뉴와 콜라는 필수 제공 품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BBQ는 치킨과 콜라로 구성된 기프티콘을 치킨 단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다만 기프티콘 금액 이상 메뉴로 주문해야 한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주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기프티콘 메뉴에 대부분 콜라를 넣어왔다. 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를 굽네치킨이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도입된 기프티콘 정책은 굽네치킨 가맹점주들이 불만을 표출하게 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9월 꾸려졌다. 이후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의 상생협의미팅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본사와 가맹점주들 사이 잡음이 잇따라 나오면서 형식적인 회의에 그쳤다는 뒷말이 나온다. 올해 초에는 본사가 배민1 메뉴 구성을 가맹점주들에게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말도 없이 배민1 메뉴 뜯어고쳐…” 굽네치킨 가맹점주-본사 갈등 까닭).
피세준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기프티콘과 관련해 새롭게 도입된 정책도 통보식으로 이뤄졌다. 물대(필수품목 비용)도 주 2회 결제에서 10월부터는 매일 결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는 고지가 있었고 (구체적인 논의 없이) 동의 사인을 받고 있다”며 “중요한 회사 정책에 대해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낱낱이 듣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져 가맹점주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 증인 소환될까
10월 7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굽네치킨 가맹점주 갈등 현안이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에선 굽네치킨 운영사 지앤푸드의 정태용 대표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무위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증인 신청을 하고 있다”며 “메뉴 교환 기프티콘을 배달비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가맹점주 부담이 커지는 구조로 잘못 확산할 수 있어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굽네치킨 안건이 다뤄진다면 굽네치킨 가맹점에 공급되는 계육 가격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굽네치킨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계육 가격을 고정가로 책정하다 2022년부터 대한양계협회 시세에 따른 변동가로 책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계육 수요가 많아지면서 안정된 계육 수급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본사의 설명이었다. 고정가로 책정할 때와 비교하면 닭 원가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본사가 장기계약을 통해 공급받는 계육 가격은 가맹점주들에게 받는 계육 가격과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도입된 계육 변동가를 고착화해 가맹점주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원료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공정위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3월부터 굽네치킨의 가맹점 갑질 행위와 관련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굽네치킨 본사가 가맹점주 동의 없이 과도하게 필수 품목을 지정하거나 판촉행사 비용을 전가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60계치킨·bhc·굽네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메가커피·샐러디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18일 공정위는 나무젓가락, 비닐백 등을 본사에서 사도록 강요한 60계치킨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굽네치킨 건은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굽네치킨은 매출액 기준으로 bhc·BBQ·교촌치킨에 이은 4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지난해 지앤푸드의 별도 기준 매출은 약 2479억 원, 영업이익은 83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매출 2344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6% 늘었다. 영업이익은 29% 줄었다. 2022년 기준 굽네치킨의 가맹점 수는 1124개다. 지앤푸드는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함께 굽네치킨을 공동 창업한 홍 수석의 동생 홍경호 지앤푸드 회장이 지분 67.68%를 보유 중이다.
이와 관련, 굽네치킨 관계자는 “기프티콘 정책 변경에 대해 가맹점에 사전에 고지했다. 가맹점 의견을 사전에 취합해 이견이 없어 시행하게 됐다. 7월 매출 데이터 기준 추가 주문이 늘면서 가맹점 마진은 더 좋아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쿠폰 사용 금액 내에 포함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를 원치 않는 가맹점주들이 있다면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모색해 볼 여지는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가맹점의 수익 확대를 위한 다양한 판매 채널 확대 노력을 지속 경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