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2심 이후 단체소송 논의 활발…“3심 결과 지켜봐야 한다” “다른 프랜차이즈 조건 달라” 신중 의견도
#프랜차이즈 점주들 소송 추진 저울질
최근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는 협의회에 가입한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반환 단체 소송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10월 27일까지 점주 16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차액가맹금에 대해 본사와 점주들의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일부 점주의 주장이다. 배스킨라빈스 한 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커피 머신 등 장비를 점주에 공급할 때 본사가 일반적인 수준의 이익만 챙기고 있는지 등의 의구심은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들도 소송 진행 여부를 고심 중이다. 김광부 투썸플레이스 가맹점대표자협의회장은 “협의회 임원들과 의견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 진행과 관련해 점주 의견은 반반 정도로 나뉜다”며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수의 프랜차이즈 점주협의회는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송 추진을 저울질하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원·부자재 등 필수품목을 적정 도매가격 이상으로 공급하면서 얻는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본사의 차액가맹금 수취는 불법이 아니다. 국내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주들로부터 차액가맹금을 받고 있다. 2018년 4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본사는 공정위에 제출하는 정보공개서에 ‘직전 사업연도의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 금액’과 ‘직전 사업연도의 가맹점당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지급 금액의 비율’을 의무 기재해야 한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 논의가 화두에 오른 것은 최근 나온 한국피자헛 판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국피자헛 점주 94명은 본사가 점주들 동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수취했다며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인정한 차액가맹금 반환 대상 기간이 늘어나면서 한국피자헛이 점주들에게 반환해야 하는 금액은 1심 75억 원에서 21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2심에서 법원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차액가맹금에 대한 합의를 거쳤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본사가 필수품목 공급가액에 차액가맹금이 포함돼 있는지, 본사가 가져가는 마진이 어느 수준인지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거나 본사와 점주가 별도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송윤 법무법인 숲 대표변호사는 “법원은 가맹점이 일방적으로 내용을 변경하는 정보공개서만으로는 차액가맹금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에서 한국피자헛 점주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YK는 현재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 측에 소송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은 본사나 본사가 지정한 업체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공급 가격은 협의해서 정한다’는 문구 정도를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 입장에서는 차액가맹금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한국피자헛 3심 결과에 쏠리는 눈
10월 중순 한국피자헛이 상고하면서 소송은 3심으로 향한 상태다. 한편에서는 3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가맹사업법을 관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개정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면서 가맹본부는 필수품목 종류와 필수품목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새롭게 체결하거나 갱신되는 가맹계약에 모두 적용해야 한다. 기존에 체결한 계약서에는 내년 1월까지 이를 반영해야 한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본사가 수취하는 필수품목 마진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공정위는 가맹사업법을 바꿨다. 본사는 새로 시행된 가맹사업법에 맞게 계약서를 변경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계약만 놓고 보면 부당이득이니 이를 반환하라고 하는 것이 이번 판결”이라며 “예컨대 골프 장비를 5000만 원에 공급했는데 그 장비 원가가 3000만 원이었다면 장비 하나당 2000만 원씩 점주들에게 물어내라는 얘기다. 부당이득 소멸시효는 5년이다. 본사가 5년 치 차액가맹금을 물어내게 되면 사실상 회사가 유지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이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피자헛은 점주들에게 총수입의 6%를 매달 고정수수료로 받는 동시에 물품대급을 공급할 때 차액가맹금까지 받은 특이한 사례”라며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대다수는 점주들에게 고정수수료까지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점주들 대부분도 차액가맹금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점주들이 한국피자헛 판례를 적용해 주장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점주들이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김광부 가맹점대표자협의회장은 “최근에는 수익이 없어 ‘오늘 그만둬도 미련이 없다’는 프랜차이즈 점주분들도 많다”며 “이런 분들은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까지 고려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