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명에 접대여성 두 명 붙여주기도…속사정은 비는 룸 너무 많아 나온 궁여지책
연말연시 성수기를 한 달여 앞둔 초겨울 무렵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텐프로 분위기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텐프로 업소인데 접대 여성들이 룸에 들어와 인사를 하며 ‘계곡주’를 선보였다는 내용이었다. ‘계곡주’는 접대여성이 전라 상태로 자신의 몸을 이용해 술을 잔에 따라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파주 용주골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진 계곡주는 북창동 일대 유흥업소에서 성행하면서 대표적인 북창동 시스템의 하나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반면 텐프로는 2차는커녕 술자리에서의 신체접촉도 거의 없는 것을 표방한 곳이다. 심지어 접대여성이 한 손님 옆에 꾸준히 앉아 있는 방식도 아니다. 접대여성들이 룸을 계속 로테이션으로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마음에 드는 접대여성이 로테이션 없이 계속 자신 옆에 앉혀두는 것을 소위 ‘묶는다’고 표현한다. 워낙 고가인 텐프로에서 접대여성을 ‘묶는’ 비용은 일반적인 룸살롱의 2차비용보다 비싸다. 그렇다고 신체접촉이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며 말벗이 돼 주는 정도다.
그럼에도 텐프로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접대여성들이 20대 초반으로 어리고 연예인에 밀리지 않는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었다. 전문직 손님들과의 대화도 원활할 만큼 지적 수준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텐프로 업소에서 계곡주가 서비스된다니 말 그대로 엄청난 장르 파괴다. 이후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문제의 업소를 찾기 위한 수소문에 돌입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는 얘기다. 텐프로를 표방하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여성들이 초이스 과정에서 트롯을 한 곡 부르고 손님들이 채점하는 ‘트롯 오디션’ 콘셉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때가 2023년 말이다. 1년 사이 불황이 더 심화되면서 ‘트롯 오디션’ 콘셉트가 ‘계곡주’ 콘셉트까지 갔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계곡주를 서비스해주는 텐프로 업소를 찾지는 못 했다. 텐프로까진 아니지만 텐프로 방식을 표방한 고급 룸살롱에서도 그런 파격 서비스가 존재하는 업소는 찾기 힘들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룸살롱 영업상무는 “예전에 텐프로에서 새끼마담을 하다 코로나19로 업계를 떠났던 이들이 엔데믹에 맞춰 대거 업계로 돌아와 텐프로를 표방한 업소를 냈다”라며 “팬데믹이 끝나도 유흥업계에 호황은 오지 않으면서 힘들어지자 사실상 북창동 스타일로 영업하는 가게도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손님들 입장에선 예전 텐프로 시절 알던 마담이 하는 업소라 텐프로라고 생각했는데 북창동 서비스를 제공해 놀랐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계곡주’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텐프로를 표방한 고급 룸살롱에선 다양한 파격 서비스가 제공된다. 우선 ‘묶는’ 비용의 개념 자체도 많이 퇴색했다. 룸마다 찾는 손님들이 많은 에이스급 접대여성 몇몇을 제외하면 손님이 원할 경우 서비스라며 별도의 비용 없이 묶어 주기도 한다. 앞서의 영업상무는 “이제 강남 바닥에 정통 텐프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텐프로를 표방하며 조금 술값을 더 높게 받으려는 상술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장 흔한 서비스 트렌드는 손님 한 명에 접대여성 두 명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좌우에 한 명씩 접대 여성을 끼고 술을 마시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스 정도가 유흥업소에서 누리던 호사를 누리게 해주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손님 3명이 오면 접대여성 6명이 들어오고 새끼마담까지 합석하면 여성이 7명이나 된다.
그럴싸해 보이는 서비스지만 손님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TC(테이블 차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접대여성이 많아진 만큼 술과 안주도 더 필요하다. 자칫 평소의 두 배 가까운 술값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이런 서비스를 경험했다는 한 40대 사업가는 “처음엔 좋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가지를 쓰겠다 싶어 (새끼)마담한테 뭐라 했더니 TC는 원래대로 계산할 테니 다른 애들(접대여성)은 팁만 조금씩 주라고 하더라”며 “서비스로 보이기도 하고 바가지로 볼 수도 있는데 속사정은 달랐다. 워낙 요즘 손님이 없어 비는 룸이 많아 출근했지만 그냥 노는 접대여성들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하더라”고 말했다.
수요에 맞춰 접대여성을 보도방에서 공급받는 룸살롱과 달리 텐프로를 표방하는 고급 룸살롱은 업소에서 따로 접대여성을 고용해 관리한다. 보도방을 통할 경우에는 필요한 만큼만 접대여성을 부르면 되지만 자체 고용의 경우 출근했지만 일이 없어 노는 접대여성이 많아지면 그만큼 손해다. 고용한 접대여성 인원을 줄이려 해도 대부분 이미 마이킹(선불금)을 준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한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요즘 망하는 고급 룸살롱 대부분이 기대감이 초기 투자를 많이 한 경우”라며 “내부 인테리어 등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에이스급 접대여성 확보인데 엄청난 마이킹을 제공하는 등 좋은 조건으로 데려왔는데 손님이 안 오면 그게 하루하루 부채가 된다”고 설명한다. 요즘 추세라면 텐프로를 표방한 고급 룸살롱에서도 자체 고용이 아닌 보도방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