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보험업계도 ‘영향권’…전기차·이차전지 한국 공장 짓고 대미 수출 교두보 삼을지 관심

비야디는 전기차와 이차전지 시장에서 업계 선두권에 있는 업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비야디는 지난해 1~11월 약 367만 대를 인도하며 글로벌(전세계) 전기차 누적 인도량 1위를 차지했다. 비야디는 같은 기준 배터리 사용량도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CATL에 이은 2위로 집계됐다.
비야디는 내수 의존도가 상당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과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비야디 순위는 각각 10위, 6위다. 다만 성장률은 주목할 대목이다. 비야디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전기차 129.5%, 이차전지 131.3%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차 인도량에서는 10위권 내 유일한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차전지 사용량에서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299.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아토 3의 외형은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 차량 중 소형 전기차로 분류되는 ‘니로 EV’ ‘EV3’ ‘코나 EV’와 비슷하다. 주행거리는 세 모델보다 70km 정도 짧지만 가격은 1000만 원 정도 저렴하다. ‘레이 EV’ ‘캐스퍼 EV’ 등 소형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5개 차종은 약 3만 5000대가 판매됐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속에 비야디의 참전으로 아토 3와 스펙이 비슷한 전기차들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야디의 한국 진출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8월 1일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대형 화재를 일으킨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의 ‘파라시스’로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됐다. 약 한 달 전인 6월 30일 인천 남동구에서 탁송 주행 중 불이 난 전기차도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 CATL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셀투팩 기술을 넘어 팩 단계까지 생략해 배터리 셀을 자동차 바디(차체)에 직접 결합하는 셀투바디(Cell To Body·CTB) 기술로 만든 LFP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낮은 에너지 밀도가 단점으로 꼽혀왔던 LFP 배터리는 이제는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AWD 스탠다드 19인치’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58kWh로 상온에서 319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아토 3의 배터리 용량은 60.48kWh로 국립환경과학원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상온에서 321㎞를 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의 양진수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비야디에 대해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로보락이 들어와서 LG가 시장 점유율을 많이 뺏겼다. 이런 사례가 자동차 쪽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비야디 전시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중국산이라고 해서 반신반의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는데 꽤 놀랐다”며 “차는 물론 타봐야겠지만 외형, 가격, 배터리 성능 등을 봤을 때는 무시할 만한 스펙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노리는 차주들의 관심은 받기 힘들겠지만 아토 3와 비슷한 스펙의 전기차를 생각 중인 예비 차주들에게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야디는 2023년 이안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하면서 중국 자동차 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부터 차주들의 전기차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야디가 국내에서 입지를 확보하면 관련 계열사가 직접 보험업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법인을 만들 수도 있고, 우리나라 보험사들과 협업을 통해 전기차 관련 보험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비야디가 우리나라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23년 비야디가 KG모빌리티가 한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충북에 전기차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비야디가 우리나라를 수출 전초 기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 전기차에 대해 관세 100%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멕시코, 베트남 등을 통해 우회해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이후 대미 무역 환경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비야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대미 수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공장 설립이 현실화하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에는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차린 공장에서 생산된 차가 미국으로 들어올 경우 최대 2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미국에 7번째로 높은 무역 적자를 안기고 있는 나라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보편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국내 공장 설립은 미국이 우리나라 제품에 관세를 높일 명분이 될 수 있다.
비야디코리아 관계자는 비야디에 대한 여러 관측에 대해 “한국 공장 설립은 현재로서 계획에 없다”며 “공식 출범한 지 일주일도 안 됐기 때문에 이러한 예상들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