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선반서 연기·발화 증언…기내반입물품 규정 강화 필요성 대두, 리튬배터리 소량 한해 항공기 반입 허용
앞서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7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가 기내 뒤쪽 선반 짐에서 시작됐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당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며 “‘타닥타닥’ 소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에어부산도 29일 자료를 통해 “최초 목격 승무원에 따르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증언으로 기내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실려 있던 보조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항공기에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같이 지난 2024년 12월 12일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앞두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한 승객이 소지하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객실 승무원이 소화기로 불을 진화했지만, 해당 승객은 손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에어부산 측은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해 대체 항공편을 투입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화재가 났다. 승무원들이 연기를 바로 꺼 불이 일어나지 않아, 승객 273명을 태운 항공기는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이밖에도 해외에서도 유사한 화재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024년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좌석에 옮겨 붙으면서 비행기 이륙은 지연됐다.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의 보조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국내외 항공기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 이어지자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이 사용하는 소규모 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허용된다.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장비(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인은 리튬메탈배터리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스스로 부풀거나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기내 휴대일 경우에도 탑승객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반 등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