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발행해 신규 항공기 도입 등에 활용…대명소노 티웨이항공 인수 추진 등 업계 재편 예고
#항공기 2026년까지 27대로 확대 계획
이스타항공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이스타항공은 총 300억 원의 제2회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CB 투자자는 2025년 12월 30일부터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전환우선주를 받을 수 있다. 전환가액(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격)은 1주당 8만 원이다. 이스타항공이 이번 CB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경우 등에는 이번 CB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CB는 발행회사가 시중은행 차입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스타항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 부채비율은 약 1262%다.
이스타항공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신규 항공기를 들여오는 데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023년 7대(B737-800 3대, B737-8 4대), 지난해 5대(B737-800 4대, B737-8 1대)의 항공기를 임차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이 운영 중인 항공기는 총 15대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7대, 2026년 5대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운영 항공기를 2026년까지 27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리스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2023년 이스타항공 항공기 운용 리스료는 최소 426억 원이다. 2023년에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지원이 있었다. 2023년 1월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총 15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구주 인수 자금 400억 원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금 1100억 원을 투입했다.
2023년에 이스타항공은 약 57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이어진 2022년(488억 원)보다 영업손실이 18% 늘었다. 2021~2022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2023년 3월 운항을 재개하면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 이스타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5억 원인데 결손금은 5885억 원이다. 등기부상 지난해와 올해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기회 선제적 확보에 도움 될 것"
이스타항공의 확장 전략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항공기를 늘리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기 기재가 적으면 정비 등 모든 부분에서 단가가 높아진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내놓는 중복 노선이 LCC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사고로 제주항공이 사업적으로 움츠러든 상태다. 기재를 늘리면 선제적으로 시장의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항공권 판매가 부진하면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 노선 수요 성장에 힘입어 2025년 여객 수요는 2024년보다 8~11%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공급좌석 수는 약 225만 석, 여객 수는 192만 명으로 탑승률은 85.65%에 그쳤다. 10개 국적사 중 7위, 8개 LCC 중에선 7위다. 이윤철 교수는 “효과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무리하게 기재를 확장하지 않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LCC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LCC 업계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국내 최대 리조트 운영사인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16.77%)과 대명소노시즌(10%) 등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예림당의 합산 지분율은 30.06%다. 대명소노그룹은 오는 3월 예정된 티웨이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명소노그룹은 또 다른 LCC인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합병도 추진할 계획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22% 중 11%를 581억 원에 인수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잔여 지분 11%를 6월 이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갖고 있다. 2023년 매출액 기준 티웨이항공(22.1%)과 에어프레미아(6.2%)의 합산 점유율은 28.3%다. 1위인 제주항공(27.9%)을 뛰어넘는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LCC 출범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다. 2023년 매출액 기준 통합 LCC의 합산 점유율은 약 41%다. 지난 1월 21일 박병률 진에어 대표는 창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최첨단 기단 확대는 물론 모든 임직원이 함께 성공적 통합에 역량을 집중해 인정을 넘어 사랑과 존중 받는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VIG파트너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LCC 업계가 재편되면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경쟁사 숫자는 줄어드는 셈”이라며 “재편된 이후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치를 높이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몸집으로 볼 때 기존 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 외에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여력이 안 될 듯하다”며 “신규로 항공업에 진출하려는 회사는 이스타항공의 재무 체력을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CB 발행은 신규 항공기 도입 등 확정된 투자 건들에 집행할 목적이다. CB 투자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