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강성행보 속 지도부는 온건 메시지로 변화…치열한 경선 통한 컨벤션 효과 기대 분위기도

2월 3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지도부가 아닌 개인 차원의 면회라고 했다. 면회 직후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구치소를 떠났다.
함께 구치소를 찾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 메시지를 전했다. 나 의원은 “사실상 의회가 민주당의 1당 독재가 되면서 어떤 국정도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고 했다. 야권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메시지로 극렬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2월 8일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대구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윤재옥 이만희 강대식 권영진 이인선 이달희 김승수 조지연 등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단상에 올라 “대구·경북은 6·25 때 우리나라를 지켰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 땅”이라고 발언하며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월 22일 하루 동안 세이브코리아가 주도하는 청주, 대전, 서울 광화문 등의 집회에 연달아 참석했다. 윤 의원은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 구속과 탄핵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체포 과정도 불법이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대전 집회에서 헌법재판소를 ‘편법재판소’라 부르며 헌재 때리기에 가세했다. 충북도청 앞에 열린 집회에는 박덕흠 이종배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극렬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들은 강성 행보로 ‘집토끼’에 구애하고, 지도부는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로 ‘산토끼’를 붙잡으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집토끼 이탈을 막는 동시에 중도층 표심을 노리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분주해진 권성동을 주목하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치권은 권성동 원내대표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2월 16일과 23일 경기지역 당협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당협위원장 40여 명이 모인 비공개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당은 인용은 인용대로 기각은 기각대로 준비해야 한다. 설령 대선이 와도 해볼 만하니 너무 비관적일 것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SNS(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 활용 강화, ‘이재명 말 바꾸기 책자’ 제작 등을 통해 민주당을 견제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26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조직 강화와 후보자 검증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권 원내대표 행보는 조기 대선을 대비해 당 조직력을 정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대선이 시작되면 당협위원장들은 해당 지역 선거를 책임진다. 당에서 내려보낸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건다. 유세차를 타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부탁한다. 후보자가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보좌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즉, 대선을 앞두고 권 원내대표가 집안 단속에 나섰다는 의미다.
권 원내대표가 보수 원로들을 만나 정국 수습 및 조기 대선에 대한 조언을 청취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보수 원로는 국민의힘 측에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 중도층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 극렬지지층과 당이 선을 그을 필요가 있고, 끌어안을 수 있는 모든 세력과 연합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 보수 원로는 권 원내대표에게 조언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2월 24일 권 원내대표는 “(심판) 결과에 대해서 저희 당으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일 헌재가 편향됐다는 발언을 쏟아냈던 권 원내대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3·1절에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면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중도층과 멀어질 수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가 중도층을 의식해 극렬 지지자들과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여러 후보가 난립해 있다. 민주당에 비해 후보가 많다는 점은 흥행 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조기 대선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국민의힘으로선 빠른 시일에 이재명 대항마를 찾아 전국 선거를 준비해야 하지만, 현 당내 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뼈아프다. 한국갤럽이 2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0%, 국민의힘은 34%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74%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도층은 22%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42% 지지율을 얻었다.
한국갤럽은 “양당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최대 6%포인트)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도 “열띤 백중세였던 양대 정당 구도에 나타난 모종의 균열”이라고 평가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도부의 줄타기 행보를 언급하며 “쌍권(권영세·권성동) 두 분은 극보수주의자들한테도 그렇게 좋은 평을 못 받는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이라며 “중도에 소구력 있게 해야 하는데 계속 우파 쪽으로 기울어 있으니 정신 못 차렸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당 조직력에도 균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서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섰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에 따르면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은 따로 SNS 대화방을 만들어 소통한다고 한다.
다만 여권 안팎에선 앞서 언급했듯 여러 후보가 경쟁하면서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앞서의 보수 원로는 “경선이 치열하게 치러지면서 그것이 컨벤션 효과가 있게끔 잘 치러진다면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