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와 톤 맞추기 나섰지만 여전히 ‘배신자’ 낙인…지지율 애매한 데다 친한계 균열 기미도

두 달여 칩거 끝에 ‘북 세일즈’를 통한 복귀 전략은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저서 출간 전부터 4만 권 구매 예약이 접수되더니 시내 서점가에 풀린 날엔 구매자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2일 서울 대학로에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했고, 5일에는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북콘서트를 주최, 6일에는 서울 신촌에서 ‘2025 대학생 시국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은 위헌·위법’ 입장을 고수하며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온건 보수 지대에서 입지 확장을 노리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가 온건 보수와 중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동훈 시즌2는 활인검술의 향연이 될 것”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동시에 이재명 대표 때리기로 강성 보수 지지층과의 ‘톤 맞추기’에도 나섰지만 효과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계엄 직후 윤 대통령의 탈당과 퇴진을 촉구하며 전통 당 지지층에 미운 털이 박힌 이후 딱히 국면 전환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용인할 경우 친윤 지지층이 한 전 대표를 재차 ‘역적’으로 몰아세우며 화풀이에 나설 수도 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이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당대표로 자리했을 때까지 당에선 실망을 크게 느낀다”며 “(배신자) 낙인도 지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다른 인사는 “당원 민심이 한 전 대표를 떠난 지 오래”라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한 전 대표가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내부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당대표 시절 대통령이 뭔가를 하면 그 뜻을 따르든지 조용히 있든지 했어야 했는데 대립 분위기로 이어가지 않았나”라며 “비상계엄 선포 원인부터 이후까지 한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야권 인사는 “이미 갈등이 깊어졌다”며 ”친윤계는 친한계와 손잡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친한계 내부 균열 조짐도 드러났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대표 친한계로 떠오른 김상욱 의원의 친한계 단체대화방 탈퇴가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말 친한계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시작2’에 이어 또 다른 친한계 모임인 ‘언더73(1973년생 이하 정치인)’에서도 탈퇴했다. 일각에선 ‘퇴출’로 표현됐다. 광주지역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뒤 김 의원이 광주를 찾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이 일부 친한계의 비판을 샀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cpbc(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보수주의자가 수호해야 할 가치 중 1번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고 보수주의자들이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성지는 광주 금남로”라며 “그곳에서 계엄을 찬성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하루 빨리 사과하는 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고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친한계 일부 의원들로부터 강력하게 ‘가면 안 된다’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는데 이게 친한계에서 퇴출될 만큼 그렇게 중요한 이슈인지, 중요한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권에선 최근 친한계가 보수 지지층 확대를 노리고 친윤계에 손을 뻗으면서 동시에 김 의원을 축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엔 한 전 대표의 뜻이 어느 정도 실려 있다는 진단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 언론인과 대담 형식으로 서술한 저서 후반부에서 ‘막상 탄핵 절차에 돌입하니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았다’는 질문을 받고 “그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다”며 “저도 많이 고심했고 괴롭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16일 당 대표직 사퇴 후 두 달 넘도록 일체의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선 “저는 이 정부가 정말로 누구보다 잘되기를 바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중원 공략’ 필요성에서 김문수 장관 대신 한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소수 의견에 가깝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장관이 보수층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강경 보수 유권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며 “중도층을 끌고 올 때 젊고 극우 성향의 프레임이 덜한 한 전 대표가 표심 확장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협소한 지지기반을 넓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은 당내 ‘대체불가’ 주자로 서기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다.
조급한 조기 대선 준비가 한 전 대표의 개인 정치 생명에 ‘득보다 실’이 될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진단도 나온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한 전 대표가 당장 대선 후보로 나서기보다 보수 진영 내 확실한 기반을 만들고 중도층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다다음 대선을 목표로 가는 게 나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본인이 가진 (정치) 잠재력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