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검찰과 당내 일부 짰다” 발언 후폭풍…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설화와 ‘오버랩’

여권에서는 조기 대선에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은 대선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면서도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인정해 탄핵 인용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전 대표가 최근 대표직 사퇴 후 2달여 만에 정계 복귀하면서 ‘87체제 개헌’ ‘조기 대선’ 등을 암시하자, 최근 보수진영 스피커로 떠오른 전한길 씨는 “‘부모님 살아계시는데 제사상 준비하는 호래자식’”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탄핵 인용이 유력하다고 보고 조기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사실상 대선후보로 낙점한 듯한 분위기다.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다자구도·양자대결 모두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3월 3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43.7%를 기록했다. 김문수 장관이 18.2%로 뒤를 이었다. 한동훈 전 대표(7.4%) 오세훈 시장(5.4%) 홍준표 시장(5.0%)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2.1%) 우원식 국회의장·유승민 전 의원(1.8%)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낙연 전 국무총리·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6%) 김동연 경기지사(1.2%)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0%) 김경수 전 경남지사(0.8%) 순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월 26~28일 사흘간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가 46.3%, 김 장관이 18.9%를 나타냈다. 이재명 대표는 김문수 장관,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50%대를 기록, 모든 여당 후보들을 18~29%포인트(p)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높은 수치다(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문 적자’ 김경수 전 지사도 2월 27일 민주당 경남도당 당원 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치 리더십은 통합과 화합의 포용”이라며 “민주당이 중심이 돼 출범시킬 다음 정부는 탄핵에 함께하고 찬성한 모든 민주세력을 하나로 모아 국정운영 과정에 힘을 합해 나가는 연정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에 호응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지사, 김동연 지사, 박용진 전 의원 등 비명계 잠룡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통합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을 만나 현 상황을 “헌정 수호 세력과 헌정 파괴 세력의 구도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대결 구도로 봐야 한다”며 “상식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이어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 대비한 민주당 대선 경선 캠프 인선 구성도 ‘당내 통합’ 기조를 반영해 친명 성향이 약한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 등을 대거 포진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캠프를 총괄하는 선거대책위원장직에는 ‘친이해찬계’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실무를 주도하는 총괄본부장직엔 중립 성향 강훈식 의원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 조기 대선을 상수로 두고 정치일정을 진행하다 보니 국민의힘보다 먼저 정책 의제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법 주52시간제 예외, 상속세·소득세 완화, K-엔비디아 국가 투자론, AI 국부펀드 조성 등 굵직한 의제를 연속으로 던지며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과 맞물리면서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가 당내 통합 및 정책 의제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에 여야 경쟁자가 없는 높은 지지율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이다. 야권 관계자는 “대선후보 경쟁자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고, 발언 하나에 지지율이 출렁였다면 이 대표 역시 운신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 경쟁자들이 이 대표 행보에 비판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이 대표의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3월 5일 유튜브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결과에 “가결을 예상했다”며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타임 스케줄에 따라 한 일과, 당내에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며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협상으로 제시한 걸 맞춰보니까 이미 다 짜고 한 짓이었다”고 말했다. ‘누구와 누가 짰다는 거냐. 검찰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당내 일부하고, 비슷하게 맞춰져 있더라”며 “짰다는 건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민주당 유력한 사람을) 만났는데 나에게 ‘사법처리 될 거니까 당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사퇴해라’ 그렇게 얘기했고, 시점도 정해줬다. 나중에 보니까 영장청구 시점하고 딱 거의 맞아 떨어진다. 그때는 추측만 했지만 나중에 거의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결 투표 의원을 드러내려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민주당을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또는 폭력적 집단하고 암거래하는 집단들이 살아남아 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가결 의원은) 당원과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거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비명계에서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비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는 “이재명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느냐”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 역시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 스스로 만든 여러 종류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듯한 느낌”이라며 “악수 중의 악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해당 발언에 침묵하면 뒷거래가 있는 것을 동의하는 게 되고, 말을 얹으면 얹을수록 당내 분열은 증폭될 것이어서 고민”이라며 “어쨌든 이 대표가 뚜껑을 열어버렸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우리가 내몰렸다”고 우려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3월 6일 일요신문 유튜브채널 ‘신용산객잔’에 출연,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최근 지지율이 오른 것을 보고) 대세엔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중도확장, 통합 행보는 연기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도 같은 방송에서 “굳이 안 해도 될 발언을 했다. 최근 중도확장 행보에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다. 명확하지 않은 음모론으로 상처와 모욕을 준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관련기사 ‘신용산객잔’ 장성철 “이재명 매불쇼 발언, 본색 드러낸 것”).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공세에 가담했다. 한 전 대표는 3월 6일 “(이 대표가) 벌써부터 계엄령을 하고 있다”며 “저런 분이 대한민국이 위중한 시점에 (나라를) 이끌었을 때 정말 위험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K-엔비디아’ 발언에 대해서는 “그냥 화천대유 만들자는 얘기 아닌가”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가 단순무식한 논리로 AI 혁명을 접근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발언이 실수가 아닌,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말도 나온다. 통합 행보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 원심력을 부채질하고 있는 비명계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들 던졌다는 게 그 골자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을 이 대표가 몰랐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가 비명계를 향해서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 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이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상황이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이 지사에게 지사직을 사퇴하고 국감을 피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정면돌파를 택해 경기도 국감에 출석했다. 결국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 국토부 협박’ 발언이 나왔고,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지 않았느냐. 이 대표가 이번에도 계속 발언을 이어간다면 또 말실수가 나올 것이고, 사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와 친명계도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3월 5일 본인 발언이 논란이 일자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어쨌든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모아서 혼란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사람으로서 (이 대표가 누군가를) 상처 주려고 한 발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봉합을 시도했다. 이어 “서운하거나 상처 받은 의원들이 계신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재명 리스크’가 조기 대선 국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친명계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대선은 구도의 대결이다. 현재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및 이를 옹호하는 국민의힘 극우세력 대 내란을 막고 헌법을 수호한 민주당과 민주세력의 대립이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굳건히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