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가 개발 노른자(?)...마르지 않는 피해자 눈물

지난 2월에, 가평군의 한 측량설계사무소에는 60대 남자가 방문했다. 자신이 지난 2010년 매입한 임야를 개발하겠다며 주택 건설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그가 문의한 임야는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이었다.
해당 토지는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임야로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토지였으나 진입 도로가 없는 맹지였다. 또한, 경사도도 가평군이 규정한 높이를 초과하고 있어 개발은 불가능했다.
현재 가평군에는 기획부동산들이 작업을 통해 판매한 바둑판 임야가 곳곳에 산재한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개발 바람에 편승해 비싼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 토지들이다. 하지만 기획부동산을 통해 매입한 임야 대부분은 개발이 불가능하다. 쓸모 없는 땅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난 2010년 전후, 가평군에는 부동산 개발 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당시 기획부동산들은 개발 호재를 내세우며 가평역과 상천역 등 경춘선 기차역 인근 임야에 투자를 유도했다. 하지만 당시 개발 계획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현재까지 아무런 개발행위도 할 수 없는 상황들에 처했다. 개발 바람에 편승하려 했으나 돈만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본지는 당시 기획부동산에 속아 임야를 비싼값에 매입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2010년 1월경 가평읍 달전리 임야를 평당 12만 원에 매입했다는 A 씨는 “집을 지을 수 있고, 최소 5배는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라는 지인의 설명에 토지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가 매입한 임야는 지적도상 도로 표시도 되어 있어 건축 가능한 토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개발행위도 불가능한 쓸모없는 땅이었다.
A 씨는 2009년 가평군 임야를 서울 소재의 법인으로부터 매입했다고 했다. 해당 법인은 ㈜함00000으로 서울 강남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함00000은 가평군 달전리 5**번지 임야를 2009년에 매입했다. 이후 분할 작업을 거쳐 A 씨 등 216명에게 시세부터 높은 금액에 매각했다.
그가 매입한 임야는 길이 없는 맹지였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평당 3만원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A 씨 등이 해당 토지를 시세보다 높은 금액에 매입한 것은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 알려진 ㈜함00000의 대표 P 씨가 밝힌 ‘가평-춘천벨트 개발계획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P 씨는 언론을 통해 개발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었으며, 수년간 각종 단체로부터 부동산 전문가 부문 수상한 이력을 내세우며 가평과 춘천 지역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다.
A 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은 P 씨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유명인이었으며, 화려한 이력이 매입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함00000의 대표이사였던 P 씨는 그 무렵 ㈜함00000를 포함해 총 4개의 법인을 통해 가평군 내 토지를 매입했다. 이후 쪼개기 등의 수법으로 최고 5배 이상 비싼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발업자 P 씨가 가평군의 임야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취재를 통해 그가 대표로 있던 D가를 포함해 총 4개 법인이 약 3만 평(99.646㎡) 토지를 매입한 사실과 이를 174필지로 분할해 400여 명에게 판매한 내용을 확인했다.
P 씨는 2010년 무렵 역세권 개발 바람이 일고 있던 가평역과 상천역 인근 토지를 사들였다. 이후 매입한 토지를 쪼개기 수법으로 분할한 뒤 매각해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당시 P 씨가 백억 대 이상 차익을 남겼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가평군 달전리 임야 150여 평을 P 씨 소유 법인으로부터 평당 100만 원에 샀다는 피해자 제보를 보더라도 설득력은 상당하다.
또한, P 씨가 여러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평군 달전리 임야의 수십억 매각설 등 언론에서는 백억 대 자산가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재산을 불린것이 개발사업 때문이라고 한정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가평군 토지를 매각 할 당시 미디어를 통해 부동산 분양대행, 매매, 투자 및 개발에 대한 컨설팅 전문가로 행세하였고, 각종 단체에서 수상받은 이력을 내세웠던 것을 비춰볼 때 개발사업이 재산형성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여진다.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사법당국의 칼끝 어디로?
최근 가평지역 언론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횡횡했던 가평군 내 기획부동산 피해 사실에 대한 보도가 이뤄진다. 또한, 기획부동산에게 토지를 매입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제보도 쏟아진다.
이들은 피해를 주장하며 개발업자의 처벌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특히, 다수의 법인을 이용해 쓸모없는 임야를 헐값에 매입한 뒤 거창한 개발 계획을 앞세워 시세차익을 남긴 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P 씨는 가평과 양평 등지에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일부 토지는 아파트 개발 관련 매각 논의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 규모도 수십억 이상이라고 추정된다.
지난 2010년을 전후, 가평군에서는 기획부동산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가평군수를 포함한 여러 명의 가평군 관계자들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아무런 해결책도 없는 상황 속에 10여 년 이상 아무런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종잣돈과 빚을 내 2~300평을 산 피해자들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납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지경이다. 마치 나락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편, 사법기관과 세정당국은 이들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본지와 통화한 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돈에 대한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파악해보겠다.”라며 언론을 통해 알려진 P 씨 소유 법인의 불법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