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심판 변론 종결 한 달 넘도록 선고 없어…‘5 대 3’ 의견 충돌설 등 아전인수식 소문과 억측 무성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선고가 미뤄지는 사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검사 2명 및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먼저 나왔다. 3월 27일에는 헌법소원 등 일반사건 40건에 대한 정기선고까지 진행했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3월 24일로 잡히자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헌재가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총리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자를 최대한 가깝게 붙여 연달아 내릴 것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3월 28일까지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으면서, 선고는 4월로 미뤄지게 됐다. 야권에서는 4월 4일 금요일 선고가 유력하다고 예상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오는 4월 18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선고를 내리지 않고 두 재판관이 떠나면 헌재는 6인 체제가 돼 사실상 선고가 불가능한 ‘기능정지’ 상태에 빠진다.
4월 11일 이후 두 재판관 임기 종료가 임박해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재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 사흘 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재판관들이 최종 의견을 ‘교통정리’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이견을 남긴 채로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엔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관들이 독립된 의견을 내고, 다수를 차지한 법정의견과 다를 경우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남기게 된다.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헌재가 가급적 이견을 조율해 통일된 의견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재판관들의 여러 의견이 결정문에 실리면 양 진영에서 각각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대립이 첨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야당에서는 “헌법재판관 중 한두 명 정도가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 대상으로는 보수 성향이라 분류되는 김복형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이 지목되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군·경의 국회 봉쇄, 선관위 압수수색, 주요인사 체포지시 등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성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보수 성향 재판관들도 여기에 위헌성이 없다는 결정문을 쓸 수는 없다”며 “이에 선고기일이라도 최대한 지연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월 27일 담화문에서 “헌재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지만, 선고 지연이 초래하는 상황이 기본 가치마저 흔드는 지경으로 번진다는 판단에 한 말씀 드리겠다”며 “헌재의 선고기일 미확정 상태가 장기화해 사회적 혼란이 깊어지고 국가 역량도 소진되고 있다. 국론은 분열되고 현안에 대한 국가 대응 능력도 한계를 드러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3월 26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며 “헌재의 조속한 탄핵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온 국민들로서는 탄핵결정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속한 탄핵결정만이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자 헌재의 존재 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선 선고 지연이 헌재의 존재 가치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헌재는 1987년 개헌을 통해 신설됐다. 이후 37년 동안 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정당해산심판·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심판 등 5개 권한을 가지고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과정에서 헌재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조인은 “헌재가 중심을 바로 세워야 헌정질서가 유지된다. 국민들이 헌재에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뽑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파면 최종권리를 준 것”이라며 “최근 몇 주 동안 헌재 모습을 보면 이것저것 재고 눈치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럼 국민들이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파면권을 헌재에서 빼앗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헌재 무용론’이 불붙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민주당과는 그 결이 다르다. 헌재가 기각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고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의원은 3월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선고하면 되는 것”이라며 “무리하게 탄핵을 몰고 가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