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 오류 내고 신분증 맡기며 사과 후 잠적…3년 만에 범죄행각 드러나

부자의 수법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지역 매체인 ‘아이씨 프로방스’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은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전 인터넷으로 치밀하게 표적이 될 식당을 물색했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식당의 친절도에 대한 평가였다. 온라인 리뷰를 샅샅이 훑어본 이들은 친절 점수가 높게 매겨진 식당만을 타깃으로 삼았다. 매번 다른 식당을 찾았으며, 같은 식당을 두 번 방문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식당을 방문할 때는 늘 멋지게 차려입는 등 외모를 단정하게 꾸몄다. 그만큼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와 아들은 대부분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와인, 식후주까지 알차게 먹었다. 이렇게 먹을 때마다 음식값은 80~150유로(약 13만~24만 원) 정도가 나왔다.
계산할 때가 되면 아버지는 이미 도난신고를 해둔 신용카드를 내밀었고, 카드 결제 오류가 나면 당황한 척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아들이 서둘러 인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가서 현금을 인출해 오겠다고 말하고는 나갔다. 하지만 매번 아들은 ATM이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인출 시간이 아니라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식당 주인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신분증이나 사회보장카드를 담보로 맡긴 다음 내일 돈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신분증까지 맡기면서 사과를 하자 식당 주인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자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의 신분증과 사회보장카드를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후 새로 발급받아 계속 동일한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이들 부자의 먹튀 릴레이는 지난해 8월 한 식당 주인이 사기꾼들이 남기고 간 신분증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식당 주인은 자신이 당한 분한 사연을 온라인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고, 곧 그의 사연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43명의 식당 주인이 가세해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현재 체포된 부자는 범행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3년이나 지나서 범죄 행각이 드러난 이유에 대해 경찰은 “대부분은 너무 바빠서 신고를 할 여유가 없거나,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