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선 득표율 및 호남 민심에 본선 경쟁력 달려…‘착한 2등 전략’ 김경수 김동연 엇갈린 행보

4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은 경선 규칙을 ‘국민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국민경선은 민주당이 19대 대선 이후 채택한 룰이다. 권리당원과 일반국민(비권리당원) 신청자 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권리당원 1표와 일반 국민 1표의 무게가 같다.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참여자 반영 비율 배분은 없다. 국민의힘 지지자가 일반 국민으로 신청해 역선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민주당은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로 고정하고, 국민여론조사 50%를 더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리당원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다. 국민여론조사는 안심번호 100만 개를 추출해 반영될 예정이다. 국민참여경선안은 4월 14일 권리당원 37만 5978명(99.64%)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투표에는 권리당원 114만 749명 중 38만 9033명이 참여했다.
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반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들러리 경선’이라고 말하며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역선택 우려에 대해 “신천지와 전광훈이 두려운데 무슨 선거를 치르느냐”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내란 옹호 정당’인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하는 ‘반명 빅텐트’ 참여 가능성은 일축했다.
비명계 주자들은 ‘이재명 일극체제’로 구성된 민주당이 이 전 대표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당원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전 대표에게 유리한 규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85.4%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렸다.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모든 당 조직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형국이다. 2024년 10월 23일 출범한 집권플랜본부는 ‘먹사니즘’ 관련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핵심 공약이다.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네 번째 집권을 위해 설립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모두 친명계가 이끄는 조직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넘어야 할 난관은 있다. 무엇보다 경선 득표율에 시선이 모아진다.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누적 득표율 86.67%를 기록했다. 최소한 당대표 선거 누적 득표율을 넘어야 ‘대세론’을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적자’인 김경수 전 지사와 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동연 지사의 체급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했다.

이번 경선에서 호남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경우 대선 본선 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명계 이탈이 가속화하고 반이재명 연합이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새미래민주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호남에서 세 결집을 하고 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새미래민주당으로 후원금이 넉넉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전 총리,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두관 전 의원,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모인 반 이재명 연합이 구축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개헌을 매개로 김부겸 전 총리까지 뭉칠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하고, 호남에서 이탈표가 나온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담보할 수 없다. 다만 이준석 의원과 김부겸 전 총리가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반이재명 연합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전 대표도 호남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광주 광산갑의 박균택 의원과 북구갑의 정준호 의원을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확정했다. 외곽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에는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상임공동대표로 임명됐다. 신정훈 의원 등 광주·전남 의원 18명은 4월 10일 이 전 대표를 공개 지지했다.
#1등보단 2등 경쟁 더 뜨거워
비명계 주자들은 호남 민심 이반 같은 미세한 균열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경선을 통해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3월 26일 이재명 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비명계에서는 대권 도전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2등이 누구냐로 노선이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2월 5일에는 김동연 지사가 이 전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민주당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를 앞에 두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만,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반도체 특별법’ 추진에 대해서는 2월 6일 이 전 대표와 정부·여당을 향해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다음에는 기류가 변했다. 두 후보 전략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행정수도 이전’ 등 정책 공약을 강조했다. 경선 규칙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착한 2등’ 전략이다. 김경수 전 지사가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본다”며 “두 후보가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움직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전 대표 이후 누가 주류가 될 것이냐 그 싸움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동연 지사는 비판 수위는 낮췄지만, 계속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김 지사는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거대 양당’ 기득권으로 가득 찬 정치판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기득권인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을 동시에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규칙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 배경에는 지원 세력의 성향 차이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수 전 지사 캠프에는 친문계 현역인 정태호 윤건영 김영배 고민정 의원이 합류했다. 친문계지만, 공천을 받은 인사들이다. 상대적으로 이 전 대표에게 악감정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김동연 지사는 공천을 받지 못한 비명계 인사들을 경기도에 영입했다. 캠프에는 고영인 윤준호 최종윤 전 의원, 안정곤 전 경기도 비서실장, 강민석 대변인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박광온 전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부분 이 전 대표와 척을 진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김동연 지사 쪽은 워낙 옛날부터 이 전 대표에 악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인적구성이 그러다 보니 ‘이번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치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언을 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2등 경쟁 결과는 아직 안갯속에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두 후보 모두 각자 세력이 갖춰져 있다. 김경수 전 지사는 현역 친문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원외 비명 세력을 등에 업은 상황이다. 지지율도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8월 21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발표한 ‘차기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7.7%, 김경수 전 지사는 6%를 기록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2등을 기록해도 당권을 잡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민하 평론가는 “당권은 중요한 거다. (친명계가) 쉽게 용인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권은 당원층의 의향에 달렸다. 그들도 (비명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후에 정치적 공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완전히 선을 긋는 전략으로 갔을 때는 공간이 아예 없어질 것이고, 우호적 관계 속에서 경쟁하면 여지는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