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장남 커밍아웃’ 고백으로 화두…호주 축구선수 매일 살해 위협받는 등 부정적 시선 여전히 팽배
배우 윤여정(78)이 어려운 고백을 했다. 아들의 성정체성을 공개한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주는 무게감과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배우인 윤여정의 고백이기에 이 발언은 의미가 남다르다. 쉽지 않은 결심을 내린 이면에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바뀌길 바라는 윤여정의 바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여전히 그들을 향한 차갑고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K-팝 가수·축구 스타의 고백…그리고 여전한 편견

현역에서 활동하는 K-팝 그룹 멤버가 커밍아웃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라가 속한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게펜레코드가 공동 제작한 글로벌 그룹이다. 라라가 인도계 미국인이고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동성애 고백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범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K-팝 그룹의 멤버가 당당하게 성정체성을 고백한 것은 꽤 상징적인 대목이다.
시대적 분위기가 바뀌었다지만, 동성애를 향한 거친 시선 여전히 존재한다. 호주 리그에서 뛰고 있는 조시 카발로는 2021년 10월, 현역 프로축구 선수 중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벌어진 일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카발로는 지난 3월 한 팟캐스트를 통해 “매일 일상에서도 여러 차례, 정말 많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축구계에서 게이 선수로 공개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이맘(무슬림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인 무신 헨드릭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얼굴을 가린 용의자 2명이 헨드릭스가 타고 있던 차를 가로막은 뒤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성소수자 단체 등은 혐오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성정체성을 드러낸 이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사회적 편견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다른 동성애자 선수들에게 “커밍아웃으로 너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카발로의 속내에서 절실하게 읽힌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전 사회가 조금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은 부인할 수 없다.
#윤여정은 왜 아들의 성정체성을 밝혔을까
윤여정은 할리우드 신작 ‘결혼 피로연’에서 동성애자 주인공의 할머니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 진행된 미국 피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내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는 이 영화와 매우 관련이 깊다”면서 “내 첫째 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미국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나는 그곳에서 그를 위해 결혼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미나리’를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윤여정에게는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의 러브콜이 쏟아졌는데 결국 그의 선택은 ‘결혼 피로연’이었다. 이런 선택 이면의 아주 깊은 속내를 윤여정은 개봉 시기에 맞춰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한 가족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윤여정은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커밍아웃 공개에 대해) 어떤 반응이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면서 “아마도 그들은 나에게 책을 던질 것이다. 나를 비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비판적 시선도 적잖았다. 그의 고백은 용기 있었지만 아들과 미리 상의가 된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윤여정의 발언이 주는 뉘앙스와 맥락으로 볼 때는 사전에 이야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아들보다 사위가 더 좋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여정이 큰아들 부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25년 동안 가족만의 비밀로 간직한 이 사실은 더 이상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윤여정은 판단한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