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청년층·서울서 ‘불안한 리드’ 사법리스크도 진행형…전주 출신 한덕수 출마 땐 호남 민심 요동칠 수도

4월 19일 충청권 당원 및 대의원 투표에서 이 전 대표는 88.15% 득표율을 기록했다. 4월 20일 영남권에선 당원과 대의원 중 90.81%가 이 전 대표를 선택했다. 관심을 모았던 호남권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이 전 대표는 88.69% 득표율로 ‘진보 심장’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대선 경선 결과 발표일인 4월 27일 이 전 대표는 수도권, 강원, 제주에서도 압도적인 당내 지지를 확인했다. 수도권, 강원, 제주 권리당원 및 대의원 91.54%가 이 전 대표를 선택했다. 재외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는 98.69%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 50%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및 대의원 투표에서 득표율 90.32%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당내에서 ‘구대명(90% 득표율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완성한 셈이다. 나머지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는 89.21% 기록했다.
이 전 대표는 전체 합산 득표율 89.77%를 기록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90%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율이었다. 그러나 진보정당 대선 경선 최고 득표율 기록을 경신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당 안팎에서의 압도적 지지기반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전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20년 민주당원 이재명이 민주당 제21대 대통령 후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면서 “89.77%라는 역사에 없는 압도적 후보로 (저를) 선출해 주신 것엔 당원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 국민과 당원 동지들이 정권 탈환을 통해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기회를 주셨다”면서 “간절하고 엄중한 명령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격앙된 어투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낸 답안지에 적힌 이름은 결국 ‘이재명’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60일 기간을 거쳐 진행되는 이번 대선은 이 후보에게 인물과 구도 면에서 유리한 선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선 대선 준비 기간이 짧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 어렵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독주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민주당은 그 반대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 대표로 총선 대승을 이끌었다. 공천 등에서 잡음이 있긴 했지만 이 후보는 밀어붙였고, 당에 대한 장악력을 극대화했다. 이를 두고 비명 진영에선 일극체제라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이 후보는 경선 압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후보의 남은 과제는 대선 승리다. 유리한 판세임엔 분명하지만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승패를 좌우할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후보는 정치권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역, 세대, 지지정당 등 항목별로 잠재돼 있는 비토 기류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대세론에 빨간 불이 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를 장래 대통령감으로 좋다고 답한 비율은 38%였다. 한동훈 8%, 홍준표, 7% 한덕수 김문수 각각 6%, 이준석 안철수 각각 2%로 그 뒤를 이었다. 범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이 후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의견을 유보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달했다.
이 후보는 무당층과 청년층, 그리고 수도권에서 불안한 리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수도권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서울특별시 경계선을 기준으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차이를 보였다. 서울에선 33%가 이 후보를 지지한 반면, 경기 인천에선 44%였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난 셈이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 중 82%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엔 1%가 이 후보를 택했다. 무당층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이 후보가 ‘중원 싸움’에서 명확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지지율에서 이 후보는 40대와 50대로부터 5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청년층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이 후보는 18~29세(20대), 30대에서 각각 23%, 36%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 측은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뒤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득점 늘리기보다 실점 줄이기에 집중하며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될 만한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 ‘구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림수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대행이 출마할 경우 ‘호남 민심’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2일 담양군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충격적인 호남 민심을 지켜본 바 있다. 이재종 민주당 후보가 정철원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패한 까닭에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호남은 이 후보 ‘텃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반 이재명 빅텐트’ 등을 기치로 내걸 경우 유의미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 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결국 호남에서 비교적 선전한 것이 접전의 당락을 가른 요소 중 하나였다”고 돌아봤다.
이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그의 고향 전북은 물론 호남에서 ‘작은 이변’들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가장 뼈아픈 변수가 호남에 잠재해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이 링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호남에선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때는 호남 투표율이 중요해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호남 지역에서 이 후보를 향한 정서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 때완 확연히 다르다. 무조건 지지는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이 후보가 호남을 홀대했다는 비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한덕수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면 대선 전까지 결론이 나기 어려운 사건들이다. 하지만 대선 기간 내내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반 이재명 빅텐트’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역시 이런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재명 대세론’과 관련해 “과거와 비교해봐도 대세론이 상당히 크다”면서도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대세론이 대선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 교수는 “가장 큰 변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여부일 것”이라면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토 기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좌우 진영 대결에 피로도가 높은 중도 유권자들이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보나 통상전쟁 등 국제적 배경에 따라 ‘안정감’이라는 키워드가 조명받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세론이 확산하는 만큼, ‘한덕수 변수’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