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미래 완전판’ 만화 내용 SNS 일파만파…일본 기상청 “지진 시기 특정 불가, 대비가 중요”
[일요신문] 최근 홍콩에서 일본을 찾는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은 “5월부터 일본 센다이로 향하는 항공편을 주 4회에서 주 3회로 줄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취항한 도쿠시마를 잇는 항공편도 주 3회에서 주 2회로 감축 운항된다. 홍콩항공 측도 예약 감소를 이유로 5월과 6월 후쿠오카, 주부, 삿포로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쓰키 료의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 표지.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라고 적혀 있다.원래 홍콩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는 일본으로 재방문율도 높았다. 가령 지난해 홍콩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68만여 명이 일본을 찾았을 정도다. 갑자기 수요가 끊긴 까닭은 무엇일까. NHK에 따르면 “홍콩에서 근거 없는 재해 예언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줄고 있다”고 한다. 날짜도 구체적이다. “2025년 7월 5일 일본에 대재난이 일어난다”는 소문이다.
1년에 서너 번 일본을 방문한다는 50대 홍콩인 부부는 “인터넷에서 ‘올여름 일본 대지진설’을 본 뒤 일본 여행을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혹시라도 여행 중 지진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르고 걱정되기 때문에 올여름에는 일본이 아닌 호주나 두바이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NHK에 따르면, 소문의 발단은 2021년 간행된 다쓰키 료의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이다. 만화 속에서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고 예언한 내용을 근거로 유튜브 동영상이 제작돼 급속히 퍼져 나갔다는 설명이다. 일본어 동영상만 최소 1400개이며, 총 조회수는 1억 회 이상이다. 소문은 해외에서도 떠돌았다. 특히 작년 연말 무렵부터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중국어 번체 자막이 달린 유튜브 동영상은 최소 220개가 올라와 52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1999년 발행된 만화 ‘내가 본 미래’표지에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진=간사이TV 불가사의체험파일 캡처일본 여성 만화가 다쓰키 료는 1954년생으로 알려졌다. 주로 공포, 심령, 꿈 소재의 단편 만화를 그렸다. 1999년 본인이 꾼 예지몽을 토대로 ‘내가 본 미래’를 출간했으나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만화에 수록된 예지몽 에피소드들이 1999년 전에 일어난 유명 사건들이거나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베 대지진(1995년)과 다이애나비 사망 사건(1997년) 등을 “오래 전 꿈에서 미리 봤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발생한 사건들이라 예언으로 보기 어렵고, 과거 사건을 토대로 한 창작물로 여겨졌다. 다쓰키는 이 작품을 끝으로 2000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1년 규모 9.0의 강력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만화 ‘내가 본 미래’의 표지에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예언서’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또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재발굴되며 인기가 폭증했다. 그를 사칭하는 소셜미디어(SNS) 가짜 계정까지 등장해 이런저런 예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나 블로그에서는 “다 맞혔다”는 식으로 과장된 해석이 유포됐다.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다쓰키는 후지산 폭발과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 예지몽, 후일담 등을 추가해 2021년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을 출간했다. 그중 하나가 “2025년 7월에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언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에서만 8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2025년 7월 5일 일본에 대재난이 일어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NHK 뉴스 캡처다만 “신빙성이 부족하고 사후적으로 의미 부여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아울러 “코로나19 발생을 정확히 예언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다른 사람이 다쓰키 료의 이름을 도용해 퍼뜨린 허위 정보로 드러났다. 다쓰키가 ‘주간문춘’에 밝힌 후일담에 따르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명확히 의미하는 꿈은 꾸지 못했고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문구를 표지 막바지 작업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1999년 출간된 만화에는 문구만 삽입돼 있으며, 2011년 대지진에 대한 상황 설명이 본문에 실리지 않았다. 반면 2021년 출간된 완전판에서는 해설을 추가해 “이 꿈이 2011년 대지진의 예지몽이었던 것 같다”며 주석을 달아뒀다.
7월 대지진설이 확산되자 일본 기상청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시기나 장소, 규모를 특정한 지진이나 분화를 예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대비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콩대학의 가지모토 마사토 교수는 유독 홍콩에서 소문이 확산되는 배경에 대해 “3월 말 일본 정부가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시 피해 상정을 발표해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홍콩의 유명 유튜버와 풍수사가 예언 만화를 다루면서 단숨에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일 중국대사관이 4월 14일 ‘주의 환기’ 차원에서 ‘일본 여행이나 유학을 위해서는 안전한 준비를 하고, 부동산 구입은 신중하게 할 것을 권장한다’고 공지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8월 14일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퍼져 불안감을 증폭시킨 바 있다. 사진=NHK 뉴스 캡처대재난에 대한 불안을 틈타 과장된 소문이나 괴담이 빠르게 번지는 현상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작년 여름에도 난카이해곡 지진 임시정보가 발령되자 “2024년 8월 14일 일본에서 거대 지진이 일어난다”라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엑스(X·옛 트위터)에 퍼져 조회수가 3500만 회를 훌쩍 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내일 ○○지방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며 반복적으로 예언 글을 올리는 계정도 존재한다. 이들은 맞힌 것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실수는 슬그머니 감추면서 예지력이라는 환상을 키운다.
도쿄대학대학원의 세키야 나오야 교수는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 과학적 지식으로는 어렵다”고 거듭 강조하며 “만일 7월에 지진이 일어나도 그것은 예지력이 아니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일본에 살고 있는 이상 재해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항상 대비해두어야 한다. 다만, 세키야 교수는 “방일에 불안해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재해가 일어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