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기업 ‘레달’ 왕호림 한국지사장 “재벌 중심 경제구조, 혁신 가로막아…핀란드 모델 벤치마킹”

연사로 나선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레달(REDDAL)의 왕호림 한국지사장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북유럽 모델을 중심으로 독일·일본 사례까지 아우르는 대안적 기업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레달은 핀란드에서 시작된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으로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다양한 규모의 기업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
왕 지사장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순환출자와 재벌 중심 구조는 빠른 성장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혁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다각화된 성장동력을 구축하여 경제의 회복탄력성과 적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국내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등 자립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성장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유럽은 그 좋은 사례다. 왕 지사장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핀란드는 주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금융권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현재 한국과 유사한 경제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 편입된 후에는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로 개혁되면서 글로벌 통합 경제로 전환되고 사회적 형평성이 유지되는 포용적 경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왕 지사장은 “핀란드의 경우 인구가 500만 명 정도다. 내수 시장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할 때 국제적인 관점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북유럽의 중소기업들은 처음부터 수출 전략에 집중하여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유럽 중소기업들은 가격보다는 품질, 혁신 기술 그리고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실험과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청정 기술, 헬스 테크, 디자인 연구개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 기술 상용화와 글로벌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 중소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사례는 기업지배구조 중심의 개혁에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1990년 경제 위기 이전 핀란드는 한국의 현재 경제 구조와 유사한 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계열사 간 재무 결정이 시장 논리를 따르기보다 소수 인원에 의해 내부적으로 이뤄졌으며 점차 폐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이후 핀란드 정부는 투명성, 책임성,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현재 북유럽의 중소기업들은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업무 문화를 도입해 성장하고 있다. 왕 지사장은 “북유럽 기업들은 기업 전략 수립에 최대한 많은 직원을 참여시키고 있다”며 “‘어떻게’보다는 ‘무엇’에 집중하는 등 아이디어 중심으로 접근한다. 의사소통은 포용적이고 과정과 결정이 투명하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유럽 외에도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언급됐다. 그는 독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전체 기업의 99.6%가 중소기업이다. 한국어로 ‘사회의 중산층, 또는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미텔슈탄트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일을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왕 지사장은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상당수가 가족 소유의 기업으로 지역 기반이 강하고 혁신적이며 재무적으로 독립적이다. 가업을 승계하면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썼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가 가능했고 그 결과 대기업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구조가 연구개발(R&D) 기반으로 이뤄져 중소기업들이 역량 강화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왕 지사장은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중소기업 직원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 대비 약 8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반성장연구소는 2012년 6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함께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어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2013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총 119회 동반성장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동반성장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