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호감도 높지만 국힘 지지층 투표 의지 소극적…“권성동 공천 안 돼” 불만도
동해안벨트에서도 특히 관심이 쏠린 곳은 강릉시와 삼척시다. 강릉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각종 인연이 깊은 곳이다. 삼척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강원도 내에서 윤 전 대통령에 가장 압도적인 표가 쏠린 곳이다.
일요신문은 강릉과 삼척을 다시 찾았다. 이재명 후보 문턱은 높아 보였다. 그러나 '민심'과 '표심'이 일치할지는 예단할 수 없었다. 이 후보에 반감을 드러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지지층은 반대였다. 결국 이 후보의 강원 지역 선전 여부는 국민의힘 지지층 투표율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는 5월 3일 강릉 안목해변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강릉은 민주당 험지다. 지난 20대 대선 때 이 후보는 강릉에서 5만 4377표(38.72%)를 얻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8만482표(57.31%)에 크게 뒤쳐졌다.
특히 강릉은 윤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그의 외갓집이 강릉이다. 또 검사 3년 차부터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근무했다. 대표적 '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강릉에서만 5선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도 이를 의식한 까닭인지 강릉 경청투어 때는 안목해변 해안가에서 관광객들 위주로 만났다. 다른 대부분 투어지에서 전통시장 등을 구석구석 돌며 지역 민심을 살폈던 행보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안목해변 바로 뒤편에 위치한 강릉 버스공용터미널에서 만난 버스기사들도 하나 같이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한 기사(60대)는 "이 동네 60~70%는 이재명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요즘은 기본소득 공약은 안 내놓던데, 지난 대선 때는 전 국민에 공짜로 돈을 준다 하지 않았었나"라며 "그건 북한에서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 기사(40대)는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문제로 꼬집었다. 그는 "대장동과 형수 욕설 , 최근 진행한 공직선거법 재판 등 이 후보가 범죄자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민주당은 이러한 이 후보를 방어하기 위해 걸핏하면 장관, 검사, 판사 등 탄핵을 추진했는데 보기 싫다"고 했다.
강릉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쌀집, 철물점, 가구점, 빵집, 상회 등에서 일제히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 후보는 범죄 의혹이 많다" "민주당의 방어가 도를 지나쳤다" "과도한 탄핵 남발은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행위" 등이었다.
청년 세대는 좀 다를까. 한 카페에서 20대 여성 종업원에 지역민심을 물어보니 "저는 강릉 사람 아니라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종업원이 "너 강릉 사람 맞잖아"하며 대답을 바로잡았다. 정치 성향을 표출하기 어려운 환경 같아 보였다. 두 사람은 여러 번 질문을 캐물은 뒤에야 "파랑?"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그렇다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웃을 상황은 아니다.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도 이 후보 못지않게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 직후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른바 '쌍권' 지도부의 후보교체 사태가 결정타였다.
강릉중앙시장에서 만난 쌀집 업주(60대)는 "이재명은 안 되지만…"이라면서도 "국민의힘 말이야, 도대체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권성동을 계속 찍어줬더니 아주 제멋대로"라며 "한덕수에 붙었다, 김문수에 붙었다, 기회주의자가 따로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런 표현은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왔었다. 여기서는 "다음 총선 때 권성동에 공천 자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터였다.
한 기사는 "권성동은 권영세처럼 책임지고 뒤로 빠져야 할 처지"라며 "다음 총선까지 한참 남긴 했지만, 지금처럼 TV에 계속 나오면 비호감도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권성동은 다음 총선 때 나와선 안 된다"며 "정 나오고 싶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강릉에선 "이재명 안 된다"는 말만큼 "투표 안 한다"는 발언도 자주 나왔다. 강릉중앙시장 철물점 업주(60대)는 "와이프랑 얼마 전에 얘기 나눴는데, 투표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인근 편의점 업주(40대)는 "저는 한덕수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김문수가 나왔다"면서도 "김문수를 뽑을지, 투표 자체를 안 할지는 TV토론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 후보 지지자들은 비교적 수는 적었지만 투표 의지가 강해 보였다. 강릉중앙시장에서 그릇과 도기 등을 판매하는 한 70대 부부는 "12.3 비상계엄은 무척 잘못된 일이었다"며 "이재명을 뽑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그래선 안 되겠지만 솔직한 심경으론 이재명이 당선되는 즉시 그간 당해온 수모를 내란세력에 다 보복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라며 "요즘 'K팝'과 'K푸드' 등 K가 안 붙으면 안 되는 세상인데 비상계엄은 시계를 완전히 거꾸로 돌려놓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부부는 20대부터 50대까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기자라면 잘 생각해야 할 것이 강릉이라고 무조건 국민의힘만 찍는다고 바라봐선 곤란하다"며 "젊을 적 서울이나 다른 수도권 같은 데서 지내다 나이 먹고 강릉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은 생각이 또 다를 것"이라고 일러줬다.

이 후보는 5월 3일 강릉에 이어 삼척에 방문했다. 여기서도 지역민들 대신 삼척해수욕장에서 관광객 위주로 만남을 가졌다.
삼척은 강원 안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선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 2만 5308표(58.56%)를 던져줬다. 이 후보는 1만 6297표(37.71%)를 얻어 20.8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처럼 지난 대선 당시 강원서 이 후보가 20%포인트 넘는 차이로 패했던 곳은 양양군(21.23%포인트)과 삼척 두 곳이었다.
5월 18일 만난 삼척해수욕장 일대 순두부집 업주는 "관심 없다. 투표 안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은 아무래도 대통령이 술 한 잔 자시고 한 듯싶다"면서 "김문수는 모르겠고, 이재명은 문제 있다고 뉴스에서 원체 떠들어대니 잘못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삼척 역시 김 후보를 향한 지지보단 이 후보 관련 부정적 감정이 민주당 걸림돌로 느껴졌다.
근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노부부는 애초 "김문수를 찍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게 앞에 "김문수 찐이야" 음악을 튼 김 후보 유세차량이 지나가자 갑자기 "시끄러워 죽겠네"라며 욕설을 했다. 기자가 '김 후보 찍겠다더니 왜 그러시나' 묻자 "마지못해 대답했을 뿐, 하여간 정치인들은 다 싫다"며 "투표야 우리 주권이니 (김 후보로) 하긴 하겠으나 썩 내키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후보가 앞서 들른 '접경벨트' 지역 가운데 경기 연천과 강원 화천에선 "김 후보가 설령 이기더라도 이 후보와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자주 들렸다(관련 기사 [경청투어로 따라가본 대선 민심] "이재명, 사람은 괜찮은데…" 민주당 험지 '접경벨트' 연천-화천).
삼척은 어떨까. 이 카페 사장은 "여기는 노인 인구 비중이 크고,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아주 강하다"며 "한 번 생각이 박힌 사람은 웬만해선 안 바뀐다"고 답했다.

근덕면 목소리도 일방적이었다. 단연 이 후보와 민주당을 향한 반감이었다. 이 마을 60대 남성은 "우리나라 민주당처럼 정치하면 미국 트럼프도 벌써 헌법재판소를 몇 번 들락날락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투표 참여 여부는 못 정한 상태다. 그는 "난 박정희 계엄은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윤석열이 박정희는 아니지 않나"라며 "윤석열이 어떠한 묘수를 갖고 계엄 한 줄 알았는데, 검찰총장까지 했던 양반이 그토록 앞뒤 없이 계엄 선포할 줄은 몰랐다. 단단히 실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위치한 도계읍 인근 카페에서 조별과제 중이던 학생들은 그나마 이 후보에 우호적이었다. 이 학생들은 "비상계엄 선포 순간 군에 입대한 친구들이 떠올라 '망했다' 싶었다"며 "대선은 처음인데 일단 투표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계읍 한 카페 사장은 "노무현 씨는 서민 같으면서도 사람이 시원시원했다"며 "화끈한 구석이 있고 일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원도가 아무리 보수라고 해도, 노무현 씨는 여러 면에서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고, 문재인과 지금 민주당이 겉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척 하는 세력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춘천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올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강원 거주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휴대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5%, 김 후보가 35% 지지율을 보였다. '만약 내일이 대통령 선거라면 누구를 뽑을지' 등이 물음 항목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해야 한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