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KGM’ 상표권 침해 인정돼…KGM상용차그룹, 항고 없이 홈피 폐쇄·상호 변경

2022년 9월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는 사명이 ‘KG쌍용모빌리티’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22년 12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했다. KG모빌리티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픽업트럭 등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또 2023년 9월 에디슨모터스(현 KGM커머셜) 지분 100%를 인수해 전기버스 등 상용차까지 생산 모델 라인업을 확대됐다.
KG모빌리티는 영문 브랜드로 ‘KG Mobility’ 대신 ‘KGM’이라는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상표권 사냥꾼에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KG모빌리티’와 ‘KG Mobility’ 상표권을 2023년 3월 10일 등록 요청했다. 하지만 ‘KG Mobility’에 대해 우리나라 특허청은 튀르키예 국적인 씨한 투란(Cihan Turan) 씨가 EU(유럽연합)와 터키, 호주 등의 특허 기관에 3월 6일 먼저 출원했다는 이유로 거절 의견을 냈다. 1883년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에 따라 한 나라에서 먼저 등록한 지적재산권은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국 특허청에도 KG모빌리티 영문명이 다른 사람에 의해 상표로 등록돼 있다. 2023년 4월 중국 산시성 출신 양펑페이 씨가 ‘KG Mobility’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심지어 KG그룹을 상징하는 로고 모양과 유사한 상표까지 함께 등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상호가 비슷한 것은 물론 사업 목적도 유사한 기업이 등장했다. KGM상용차그룹은 자동차 어셈블리(조립), 상용차 수출입, 자동차 부품 수출, 자동차 정비 및 교육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해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상용차 정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베트남 현지 자동차 조립 공장 설립까지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KGM상용차그룹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상호는 하이테크팜에서 2024년 5월 KGM상용차그룹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목적에도 자동차·자동차 부품 수출입, 자동차 어셈블리 등 자동차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2024년 12월에는 상표권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KGM상용차그룹은 타타대우상용차(현 타타대우모빌리티)와 연관이 있다. 타타대우상용차의 정비 사업소 중 하나인 대우트럭익산정비사업소도 베트남 현지 공장 설립 추진에 참여하고 있다. KGM상용차그룹의 이 아무개 대표는 대우트럭익산정비사업소 대표도 겸하고 있으며, 타타대우상용차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 폐쇄한 KGM상용차그룹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KGM상용차그룹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KG모빌리티 관계자는 “KGM상용차그룹 측의 부정경쟁 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 내지는 혼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은 KG모빌리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0민사부는 4월 9일 KG모빌리티가 제기한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던 KGM상용차그룹은 항고를 제기하지 않았고, 4월 18일 인용 결정이 확정됐다.
박민흥 와이즈업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튀르키예 상표권 사냥꾼 사례와 다르게 이번 사건은 KGM상용차그룹 측이 무단으로 출원한 사례”라며 “‘상표 공존 동의제’를 통해 KG모빌리티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특허청 허락을 받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표 공존 동의제는 선등록(출원) 상표 권리자가 표장 및 지정상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후출원 상표의 등록에 동의하는 경우 해당 상표가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KGM상용차그룹이 이 제도를 통해 KG모빌리티 측에 상표 등록을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KGM상용차그룹 홈페이지는 5월 21일 기준 폐쇄된 상태다. 업무협약 체결 등 보도자료를 꾸준히 내왔지만, 2월부터는 업데이트되지 않는 상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5월 6일 부로 상호가 ‘케이씨브이(KCV)모빌리티그룹’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의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유사상호로 인한 소비자들의 혼동이나 사칭 등 피해는 내부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며 “KGM상용차그룹 측이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KGM상용차그룹 측에 전화, 메일 등으로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