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젓가락 발언’ 마이너스, 빈곤한 공약 뭇매…거대 양당 사이 선전, 국힘 ‘러브콜’ 전망도

5월 27일 밤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이준석 의원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문제의 ‘젓가락’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장남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것으로 의심받는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지적한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권 후보에게 이 발언이 적절했는지 물었다.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다음 권 후보는 “다른 후보 입을 통해 다른 특정 후보를 공격하도록 만든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수석대변인을 맡은 조승래 의원은 “아이들까지 지켜보는 생방송 토론 현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변인단 단장을 맡은 신동욱 의원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의원이 ‘대국민 성희롱’을 자행했고, ‘대선 후보 토론회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목소리였다. 경찰 고발도 줄을 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토론회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커뮤니티에 도는 말을 충분히 순화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입장을 바꿔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 변화 이면엔 지지율 하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6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렀던 결정적 이유는 3차 TV토론 발언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매일 데일리로 여론조사를 돌리는데 사실 3차 TV토론 발언이 있고 여론조사 수치가 빠졌다”고 답했다. 천 원내대표는 “수위 조절을 더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조사대로 이 의원은 8.34%라는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의원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TV토론에서 오히려 점수를 잃은 셈이다.
이 의원의 콘텐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이 의원은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에서 “젊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경쟁하고 실력을 보여줘도 ‘너는 아직 젊으니까 기다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이 강조한 분야인 과학기술과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외의 정책적 상상력은 부족하다”며 “과학기술 우대 정책도 구체적 산업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며,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 구조개혁 인식을 보인 후보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양대 정당과 차별성이 드러나는 것들 위주로 공약을 제시했다”면서도 “공당인데 양대 정당과의 차별성을 노리면서 그런 부분들만 정책을 내놓은 것은 사실은 지금 집권하기에는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르다는 비판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서 팀장은 “위원들도 거의 다 (이 의원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그리고 제3정당을 지향한다면서 노동 분야나 안보 분야에 구체적인 정책이 없는 것도 책임감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들이) 공통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공약검증단에는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두원공과대 교수) 등 17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경실련 평가에 대해 “경실련 스탠스 자체가 (왼쪽으로) 편향된 시각에서 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디폴트로 돼 있는 공약들이 있다”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개혁신당도) 그런 것을 만들어 놨었는데, 전부 다 폐기해버렸다. ‘공약을 위한 공약’ 이런 것들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며 “(선거) 중간중간 발표한 20개 정도의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나. 굉장히 인사이트가 있고, 그것이 이준석 후보가 14년간 정치하면서 가졌던 자기 고민이 응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대한민국 최연소 여당 대표라든지, 서른한 살에 출마했다든지, DJ(김대중)·YS(김영삼) 이후 최초의 40대 기수론자라든지, 이런 것들이 남지 않고, 남는 것은 젓가락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준석 의원은 (맥락이 제거된 젓가락 발언으로) 선동당하기 좋은 포지셔닝이 됐다. 자기 무덤을 팠다”고 분석했다.
수권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자리다. 의견을 내고, 국정에 조언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그런 아픈 데 잘 찌르는 역할을 잘 한다”면서도 “리더십은 아직 부족하다. 경험 부족일 수도 있고, 네거티브에 꽂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보수 캐스팅보트 역할 맡을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이 의원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계산으로 김문수 후보(41.15%)와 이 의원(8.34%)의 득표율을 더하면 49.49%로 이재명 대통령(49.42%)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비 절반 보전 기준인 10%를 넘지 못했을 거면 단일화에 응했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작전”이라고 일축했다. 한 자릿수 득표율에 대해서는 “‘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부터 사표 방지 심리를 작동시켰다. 그게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며 “특히 보수층 지지 세력이 센 영남 지역에서 강하게 작동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의원의 지지층이 고스란히 국민의힘으로 이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5월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29%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지층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보수 통합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은 2026년 9회 지방선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선거비용은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했다. 선거비는 약 4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득표율 1%에 4억 8000만 원을 투자한 ‘가성비 선거’를 치른 셈이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6월 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단일화 예상에 대해 “그런 이야기들은 유튜버(들이나)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신다”며 “저희 당은 흑자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실점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체급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의원이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라며 “8%대 이상 득표라는 건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호평했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소위 합리적 보수들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이준석 후보와 여러 가지 연대, 연합이 논의될 것”이라며 “멀리 보면 이 후보가 9%에 가까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