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그래미·오스카상 이어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토니상 거머줘…BTS, K-팝 아티스트로서 그래미상 노려
[일요신문] ‘EGOT’라는 표현이 있다. 미국 대중문화예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Emmy Awards), 그래미상(Grammy Awards), 오스카상(Oscars), 토니상(Tony Awards)의 앞 글자를 모은 표현으로 이를 모두 수상했다는 의미인데, 최근 대한민국이 ‘EGOT’ 지위를 얻었다.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그래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기생충’이 오스카를 안았으며, 2022년에는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이 토니상까지 거머쥐면서 K-문화가 비로소 ‘EGOT’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A.M.P.A.S.® 제공2020년 2월 10일(한국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계의 쾌거이자 아시아 영화의 도약이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기생충’이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였다.
2020년 8월 31일(현지시간)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쾌거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30일에는 신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 ‘핫100’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빌보드 62년 차트 최초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한국어 노래다.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연합뉴스2020년은 이렇게 K 콘텐츠가 연이어 아카데미와 빌보드를 동시에 석권한 한 해로 기록됐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이 배우 부문에선 무관에 그쳤다는 점이었다. 이런 아쉬움은 단 1년 만에 해소됐다. 2021년 4월 25일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 역시 한국 배우 최초였다.
2022년 9월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게임’은 감독상(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한국 드라마 최초는 물론이고 비영어권 드라마로도 최초의 기록이다.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게임’은 감독상(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사진=NBC유튜브 캡처2024년 10월 10일 저녁에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는 것. K-영화와 K-팝으로 이미 문화강국으로 굳건한 지위를 갖춘 대한민국이 비로소 노벨 문학상까지 가져왔다. K-문화 전반이 전 세계인에게 각광받게 된 쾌거였다.
올해도 희소식은 이어졌다. 6월 8일 미국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극본상, 연출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토니상 수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사상 최초다.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극본상, 연출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사진=연합뉴스미국 대중문화예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에미상(방송), 그래미상(대중음악), 오스카상(영화), 토니상(연극·뮤지컬) 등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 BBC는 “한국이 미국 대중문화예술계 4개상을 모두 수상해 ‘EGOT’ 지위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BTS가 빌보드까지는 점령했지만 그래미의 높은 장벽까지는 넘지 못했다. ‘그래미는 비백인 아티스트에게 인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BTS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에 나름의 의미를 뒀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EGOT’ 지위를 얻은 이유는 이미 1993년에 소프라노 조수미가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은 아직 그래미상을 품지 못했다. 다행히 현실적으로 그래미상에 가장 근접한 K-팝 아티스트인 BTS가 곧 완전체 활동을 재개한다. RM과 뷔는 6월 10일, 지민과 정국은 11일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으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슈가도 21일 소집해제된다. 모든 멤버들이 병역의 의무를 완벽하게 끝낸 터라 어느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곧 완전체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다. BTS가 새 앨범을 발표하면 빌보드 차트 석권은 기본, 그래미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그래미상에 가장 근접한 K-팝 아티스트인 BTS가 곧 완전체 활동을 재개한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그래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팝스타 비욘세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했다. 비욘세는 제66회 그래미 어워즈까지 99번이나 후보에 올라 모두 32개의 그래미상을 수집했다. 그렇지만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비백인 아티스트에게 인색한 그래미는 팝의 여왕 비욘세에게도 인색했다. 4번이나 유력한 ‘올해의 앨범’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모두 수상에 실패한 비욘세가 이제야 ‘올해의 앨범’ 상을 품에 안았다.
뿐만 아니라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본상 부문인 제너럴 필즈 6개 부문에서 무려 3개 부문을 흑인 아티스트가 가져갔다. 최근 그래미는 ‘포용성과 다양성 확대’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오스카 등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기조가 역력했음에도 변함없이 보수적이던 그래미는 최근 미국 음악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변화를 선택했다. 곧 완전체로 돌아올 BTS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