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김문수 지지 놓고 분화 양상…한동훈은 미약한 당내 세력 걸림돌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 장악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이른바 ‘3대 특검’ 등을 활용해 제1야당 국민의힘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은커녕 제 몸도 못 가누는 형국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친윤은 대항마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친윤 중 일부는 김문수 전 장관을 차기 당대표로 민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친윤의 일치된 의견이 아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줬던 김 후보 태도를 거론하며 못 믿겠다는 반응도 곳곳에서 들린다.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로 치러지게 된 원내대표 선거전에 다수의 희망자가 난립하는 장면을 보였던 것만 봐도 어수선한 친윤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친윤 쪽에서는 3선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친한계에선 수도권 3선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이 나서 일단 이들의 맞대결로 정리됐다.
하지만 당초 김도읍 김상훈 박대출 이헌승 의원(4선), 송석준 임이자 의원(3선)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됐고 여기에다 원내대표를 맡은 경험이 있는 김기현 나경원 의원(5선)의 추대론까지 나왔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초전이라는 정치적 의미까지 더해진 만큼 주목도가 높았고 출마 저울질을 한 의원들이 쏟아졌다. 그러자 교통정리 필요성이 거론됐고, 결국 송언석 김성원 양자구도로 좁혀졌다.
친윤계를 겨냥해 이른바 ‘5대 개혁안’을 낸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향한 시선도 주류 진영에선 엇갈린다. 몇몇 친윤 의원들은 개혁안을 제시한 김용태 위원장에 대해 “괘씸하다. 분란을 부르지 말고 빨리 비대위원장을 그만두고 나가라”라면서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또다른 친윤계 인사들은 “6월 말로 끝나는 김 위원장 임기를 차기 전당대회까지 연장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김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은 6월 10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늦어도 8월 말까지 개최하고, 6월 30일 임기가 종료되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임기를 전대 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여기에 친윤 일부가 포함됐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가진 뒤 이런 결론을 내렸으며, 재선의원 30명 중 절반인 15명이 동의했다고 권영진 의원이 전했다. 권 의원은 지난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 강제수사 절차가 이뤄지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가 이에 대한 저지에 나섰던 친윤이다.
권영진 의원은 “전대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다시 구해도 김 위원장만한 혁신 비대위원장이 없다고 우리는 판단했다”면서 “지금까지 재선 의원 15명이 동의했지만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친윤 세력이 분화하면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과연 누가 획득할 것이냐는 예측은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친윤계 사정에 밝은 서정욱 변호사는 6월 10일 YTN라디오에 출연, “구주류(옛 친윤), 그 다음에 친한 이 정도로 분류하면 되는데 친윤이 많이 분화가 돼버렸다”며 “김문수 후보 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또 한덕수 (전 총리) 밀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독자 계보도 있고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딱 양파 전(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문수 한동훈, 몸은 풀지만
친윤이 각자도생하는 사이에 김문수 전 장관이나 한동훈 전 대표는 당권 고지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권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선전했다고 평가받는 김 전 장관의 행보가 남다르다.
김 전 장관은 6·3 대선 이후 나경원 안철수 의원을 잇달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6월 6일 안 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을 함께했고, 나 의원과도 그 전후로 차담을 진행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선거운동 지원을 한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는 설명이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당 대표 선거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들은 드물었다. 김 전 장관이 차기 당권을 위해 몸을 푸는 것으로 인식됐고 당내에서 영향력이 큰 두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것으로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해석했다.
김 전 장관은 다른 공동선대위원장들을 비롯해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도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갑작스런 형님상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지만 6월 11일 당 상임고문단과의 만남도 예정했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다음날인 지난 6월 4일부터 연일 공개 행보를 이어가며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아왔다. 김 전 장관은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고 대선 다음날부터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캠프 해단식에 잇달아 참석해 당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 대표는 내란 세력 청산을 내걸고 있는 이재명 정권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는 자신뿐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한다.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법안 밑그림이 제시된 6월 11일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재명 정부판 문화혁명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6월 11일 SNS를 통해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아예 해체하는 법안 4개를 한꺼번에 발의했다”며 검찰청법 폐지법안(김용민), 공소청 신설법안(김용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안(민형배),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안(장경태) 발의를 지적했다. 그리고는 “(중국 문화혁명) 한복판이던 1968년 우리의 대검찰청에 해당하는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이 해산된 바 있다. 이는 ‘공검법(公檢法)’, 즉 공안(경찰), 검찰, 법원을 ‘때려 부수자’는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일”이라고 때렸다.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 전 대표는 6월 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직격했다. 그는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꺾은 오늘 결정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임기 시작 전에 이미 피고인의 신분에서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을 중지하라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이나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출사표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두 사람 모두 원외 세력이라 원내 지지를 업어야 하지만 당의 주류인 친윤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친윤 쪽에서는 둘을 겨냥한 ‘동반 퇴진론’까지 나왔다. 성일종 의원은 6월 10일 KBS라디오에 나가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해 “김문수 전 대선 후보나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잘못하면 (당권 경쟁이) 친윤과 친한으로 구분돼서 싸우는 모습으로 국민한테 갈 수가 있다”고 했다.
6월 12일 퇴임 기자회견을 한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 불가론도 폈다. 그는 이날 “정치인 한동훈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윤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가동시킨 뒤 “소통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정당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대놓고 때린 장면이었다.
#그러면 누구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그러면 누구?’라는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당의 주류인 친윤계에선 김 전 장관을 바라보는 기류가 확연히 갈린다. 김 전 장관이 당권을 잡을 경우 친윤계에 대해 적대적 자세로 바뀔 것이란 불신이 팽배하다. 이에 맞선 친한계 역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어게인 한동훈’을 외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김 전 장관에게 진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전당대회에 나왔다가 또 지면 한 전 장관은 재기할 힘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또다시 민주당에 대패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에 지금 등판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비록 지금 당장 상처를 입더라도 당과 보수정당 지지층들을 위해 돈키호테의 모습으로 진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춘 차기 당권주자가 나오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러니 당을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해체설을 흘리면서 보수 전체 지형을 흔드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아래에서 국민의힘이 자칫 잃어버린 5년을 보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