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작업 과해 정체성 훼손” “광복 80주년인데 아쉽다” 평가…결국 일본어판 연재 잠정 중단

‘이착헌’ 웹툰판 작화를 맡은 AB엔터테인먼트는 지난16일 일본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에서도 웹툰 연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13일 일본판 ‘이착헌’ 웹툰 홍보물이 올라오면서 ‘창씨개명’ 논란이 시작됐다. 예컨대 ‘김기려’는 ‘키지마 레이지’, ‘선우연’은 ‘젠노 우미’, 강창호는 ‘카와다 쇼고’로 등장하는 등 한국인 등장인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팬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웹툰 등 국내 창작물을 해외로 수출할 때 로컬라이징(현지화) 작업을 하는 일은 흔하다. 일부 한국 웹툰의 경우 해외 진출 시 단순히 번역을 완벽하게 하는 것을 넘어 거리의 간판을 바꾸거나 용어나 화폐 등을 현지에 맞게 바꾸기도 한다. 현지 독자들이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다. 하지만 ‘이착헌’의 경우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정도의 현지화 작업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엑스 등 SNS에서는 “한국의 S급 헌터라고 적어 놓고 왜 이름은 일본식인 것이냐?” “저럴 거면 왜 수출한 건지 모르겠다. 한국적 요소를 반복해 부각시키더니 창씨개명해서 일본에 수출하는 게 맞느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이착헌’ 웹툰은 태극마크, 국밥, 배달 음식 등 한국적인 요소를 배치해 국내 팬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6월 16일 실제 일본판 웹툰이 연재를 시작하자 국내 팬들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단순히 한국인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국적마저 일본으로 바뀌었으며, 태극마크가 삭제되고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이 사라졌다. ‘이착헌’ 팬아트를 제작하는 등 열성팬 A 씨(30)는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은 단순히 이름을 로컬라이징해서 발생된 논란이 아니다”라며 “해당 작품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한국 문화와 특징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컬라이징이라는 건 다른 나라에 수출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어색하거나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거부감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면서 “캐릭터의 이름, 국적뿐 아니라 신분증과 의복에 등장하는 태극마크를 일장기로 바꾸거나 한국 고유의 국밥 같은 음식을 일본 현지 음식으로 변경하는 등 한국이라는 국가적 상징을 전부 다 지우게 되는 (로컬라이징) 방식이라 많은 독자들이 불쾌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판 웹툰이 초반부만 공개된 상황에서 전체 줄거리를 알고 있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중후반부의 개연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다. 정체성이 바뀐 주인공에 대해 독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7일 제작사 AB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어판 웹툰 잠정 중단 소식을 알리면서 “‘이세계 착각 헌터’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사는 해당 장르에 대한 로컬라이징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품의 한국적인 배경 및 등장인물의 정체성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며, 향후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설정임을 로컬라이즈팀에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로컬라이징을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AB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연재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더욱 세심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보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IP의 로컬라이징 관련 잡음은 끊이질 않고 있다. 글로벌 흥행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은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일일 최대 100만 명이 열람하는 인기 작품이다. ‘나혼렙’의 경우 해외 진출 과정에서 일본인 캐릭터를 악역으로 묘사하는 등 ‘혐일’ 논란을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결국 ‘나혼렙’ 일본어판 웹툰은 모든 캐릭터의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로컬라이징 전략을 선택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